“우리 팬들이 네덜란드나 브라질을 보듯 태국 팬들도 한국대표팀을 반기지 않을까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빙긋 웃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반세기 만에 평가전을 위해 동남아 원정을 간다.
협회는 오는 27일 태국 방콕에서 평가전을 한다고 11일 발표했다. 한국은 원래 29일 쿠웨이트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쿠웨이트 정부가 체육단체에 개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는 이유로 작년 10월 징계를 내렸다. 이 일로 29일 최종예선이 열릴 지 불투명했는데 FIFA가 10일 ‘무기한 연기(POSTPONED)’라고 통보를 해왔다. 협회 관계자는 “연기는 경기가 안 열린다는 의미와 같다. 그날 대체 평가전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라 한국은 쿠웨이트에 3-0 몰수 승을 챙겼다. 쿠웨이트전이 취소될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평가전 상대를 물색해온 협회는 FIFA 공문을 받은 뒤 곧바로 태국과 평가전을 확정했다. 날짜를 29일이 아닌 27일로 앞당겨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조금 더 일찍 소속 팀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국의 동남아 원정 평가전은 오랜만이다. 동남아 축구가 한국보다 몇 수 아래라 원정을 갈 이유가 없었다.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홍보실장은 “킹스컵(태국), 메르데카컵(말레이시아), 칼스버그컵(홍콩) 등 대회에 초청받아 간 적은 많지만 A매치 1경기만 뛰러 간 적은 거의 없다. 기록을 보니 1960년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순회 경기가 마지막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세기도 넘었다.
태국도 아시아 맹주 한국과 평가전이 나쁠 리 없다.
한국이 가끔 네덜란드나 브라질 같은 세계 최강을 ‘어렵게 모셔’ A매치 초청 경기를 하면 국내 팬들은 열광한다. 태국 팬들이 슈틸리케호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24ㆍ토트넘)과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 등은 태국 팬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평가전이지만 결과가 FIFA 랭킹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승리도 중요하다.
다음 달 12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조 추첨이 있는데 아시아의 랭킹 상위 두 팀만 톱시드를 받는다. 톱시드 팀은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홈으로 배정받는 등 일정이 유리하다. 한국은 3월 FIFA 랭킹이 57위(566점)로 이란(44위·627점)과 일본(56위·575점)에 이어 세 번째다. 일본과 9점 차라 레바논과 2차 예선(3월 24일), 태국과 평가전 결과에 따라 역전이 가능하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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