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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도 경기부양책 ‘굴욕’

입력
2016.03.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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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추가 금리인하 어렵다” 발언 탓

투자심리 급속히 냉각 글로벌 시장 위축

“통화완화 정책 약발 다했나” 우려도

신화통신 연합뉴스
신화통신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경기부양 종합세트를 발표했음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무덤덤하거나 오히려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간 오매불망 중앙은행의 돈 풀기 지원사격을 바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장기간 지속돼 온 통화완화정책의 약발이 다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과 11일 주요국 주식시장은 ECB의 강력한 부양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영국(-1.78%), 독일(-2.31%), 프랑스(-1.70%) 등 유럽 주요국은 물론, 미국 뉴욕의 다우지수(-0.03%)도 부양책의 약발을 받지 못했다. 11일 아시아 증시에서도 국내 코스피지수가 0.11%, 일본 닛케이지수가 0.51% ‘찔끔’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냉랭한 반응은 무엇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금리인하는 어렵다”는 발언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전날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연 0.05→0%), 예치금리(-0.3→-0.4%), 한계대출금리(0.3→0.25%) 등 3가지 정책금리를 모두 낮추고 ▦회사채까지 새로 포함한 시중 채권 매입규모를 월 600억유로에서 800억 유로로 늘리는 한편 ▦4년짜리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올 6월부터 2차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ECB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에, 발표 직후 유럽 증시는 일제히 3%대까지 급상승했다. 하지만 받아 든 선물 효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금리는 상당기간 낮게 유지하겠지만 더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히자 ‘더 이상의 추가부양은 없을 것’이란 실망감에 투자심리는 오히려 더 빠르게 식고 말았다.

드라기 총재 발언을 전후해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0.16% 하락했다 0.31%까지 상승하고, 1.66% 급락했던 유로화 가치가 다시 1.94% 급반등(유로당 1.1217달러)하는 등 증시는 물론, 모든 금융 지표가 들썩일 만큼 시장은 ECB의 부양책보다 향후 전망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ECB 역시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수년간 반복돼 온 돈 풀기 식 통화완화정책에 시장이 갈수록 내성을 쌓아가고 있다”며 “경기가 근본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인위적인 부양 정책의 효과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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