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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천국으로 떠오르는 쿠바,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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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천국으로 떠오르는 쿠바, 빛과 그림자

입력
2016.03.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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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쿠바 아바나 거리를 10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아바나(쿠바)=AP연합뉴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쿠바 아바나 거리를 10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아바나(쿠바)=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남부에는 미국인들 사이에 오래도록 ‘리틀 아바나(Little Havana)’로 불려온 관광지가 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1959년 혁명 후 쿠바 출신 망명자들의 정착촌으로 출발한 이곳은 쿠바 수도 아바나의 풍광을 갈수록 닮아가면서 적성국인 쿠바를 찾기 어려운 미국인들에게 ‘대체 여행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과 쿠바가 1961년 단교 후 반세기 만에 외교관계를 회복하면서 더 이상 미국인들은 리틀 아바나에서 쿠바를 향한 향수를 달랠 필요가 없게 됐다. 지난 2월 양국이 민간항공기 정식 취항을 위한 협정을 조인함에 따라 보다 쿠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길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9일 아바나 주 쿠바 미 대사관 건물 앞에 민원인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아바나(쿠바)=로이터 연합뉴스
9일 아바나 주 쿠바 미 대사관 건물 앞에 민원인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아바나(쿠바)=로이터 연합뉴스

관광 천국으로 떠오르는 쿠바

이달 21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관광 훈풍도 함께 몰아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일정 발표와 더불어 서구 문화계 곳곳에서 쿠바의 넓어지는 시장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 방문에 이어 영국 출신 록 그룹 ‘롤링스톤스’가 25일 아바나에서 쿠바 대중과 관광객을 상대로 무료 공연을 갖는다. 이보다 더한 상전벽해가 있을까. 이들의 록음악은 70~80년대 피델 카스트로 집권 당시엔 쿠바에서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매도되며 공연은커녕 듣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사실상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아바나에서 열리는 가장 큰 문화 행사로 기록될 롤링스톤스의 공연은 ‘관광 쿠바’의 새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리는 팡파르와 다름 아니다. 롤링스톤스는 “오래도록 음악활동을 해오면서 많은 특별한 장소에서 공연을 해왔다”라며 “아바나에서의 공연은 우리를 비롯해 쿠바의 모든 주민에게 기념비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의 국기(國技)로 불리는 야구도 쿠바의 관광 문호를 활짝 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아바나의 에스타디오 라티노아메리카 구장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대표팀의 친선경기에 참석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99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 땅에서 열리는 미국 야구팀과 쿠바 대표팀의 경기가 사실상 쿠바의 경제제재가 본격적으로 해제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한다. AFP 등은 “오바마의 야구경기 참석은 쿠바 선수들의 미국 진출이 용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쿠바 스포츠와 관광시장이 활짝 열리는 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명 항공사들이 앞다퉈 쿠바에 이르는 항공노선 취항 경쟁에 뛰어든 사실도 관광 쿠바의 내일을 밝게 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최소 8개 미국 항공사가 미 교통부에 쿠바 아바나 노선 취항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 정부는 쿠바 여행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여름 휴가철에 앞서 되도록 빨리 노선 배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비정기적인 전세기만 가끔 오가던 미국-쿠바 노선에는 상반기 중 110여 편의 정기 민항기들이 배치될 전망이다.

6일 아바나의 말레꼰 앞에서 미 일렉트로닉 밴드 메이저 레이저의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팬과 관광객들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6일 아바나의 말레꼰 앞에서 미 일렉트로닉 밴드 메이저 레이저의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팬과 관광객들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바나=AP연합뉴스

갑작스러운 관광 러시… 부작용 우려 커져

사실 쿠바의 관광붐은 미국과 국교 정상화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지난해 중반부터 뜨거워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5년 관광을 위해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은 350만 명에 달해 전년보다 17%나 치솟았다. 지난 1월에만 41만 여명의 관광객이 몰려와 대체로 올해도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지만 일각에선 머지않아 쿠바의 관광객 증가 속도가 꺾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관광객 러시를 감당할 수 있는 호텔, 레스토랑, 위락시설 등 인프라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점을 그 이유로 든다. 경제잡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 민항기 노선이 확정된 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쿠바 관광객들을 과연 쿠바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지적했다.

달리라 곤잘레스 쿠바 관광부 마케팅담당 차관은 “올해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4성, 5성급 호텔을 최대한 많이 건설하는 것”이라며 “아바나 구 시가지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 대부분이 공사 현장일 것이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사실상 아바나가 ‘공사판’이 되어있음을 지적한다.

영 일간 텔레그라프도 관광인프라 부족이 자칫 쿠바 관광붐을 예상보다 빨리 식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수십 년 동안 서구인들이 손쉽게 방문할 수 없었던 쿠바의 여행시장이 한꺼번에 열리면서 각종 인프라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라며 “성수기 동안 괜찮은 호텔과 렌터카를 확보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고 전했다.

여행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쿠바는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지긋지긋한 경제난을 탈출할 기회를 잡았다. 외신들은 지난해 미국과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관광산업만으로 쿠바 국내경제가 4%이상 성장했다고 내다본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는 않아 보인다. 외신들은 “사회 약자인 흑인 계층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사실상 성장과 개방이 사회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 노예로 끌려갔던 서아프리카인들이 쿠바 혁명 전 대거 유입되면서 쿠바의 흑인 인구는 급증했다. 2012년 기준 쿠바정부 인구센서스 결과 흑인은 인구의 10% 수준. 하지만 비공식적인 통계를 따져보면 그 수치는 25%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백인과 라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가 부족한 흑인들에게 최근의 경제자유화와 관광산업 활성화가 반갑지만은 않다”라며 “대부분 지주와 자본가가 백인인 쿠바 체제에서 약소 인종에게 관광붐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관람할 미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와 쿠바대표팀 간 야구경기가 열리는 아바나 야구경기장에서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바나(쿠바)=AP연합뉴스
오바마 미 대통령이 관람할 미 메이저리그 템파베이 레이스와 쿠바대표팀 간 야구경기가 열리는 아바나 야구경기장에서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바나(쿠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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