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3)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런 ‘바둑 정국’ 아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이 문을 연다. 2014년과 2015년 정규리그 2연패의 주인공 전북 현대와 작년 FA컵 우승팀 FC서울이 12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올 시즌 ‘양강’으로 꼽히는 두 팀의 격돌을 팬들은 ‘전설 더비’라 부른다. 전설 더비의 관전포인트를 요즘 한창 화제인 바둑 격언에 빗대봤다.
●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다
상대방이 두어서 좋은 곳이면 내가 두어도 좋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급소를 선점하는 것이다.
전북과 서울의 급소는 ‘중원’이다. 두 팀의 선수 구성을 살펴봤을 때 전북의 약점과 서울의 강점이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 바로 중원이다.
전북은 문전까지 공을 안정적으로 운반할 선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이동국(37), 김신욱(28), 고무열(26), 이종호(24), 로페즈(26), 레오나르도(30) 등 공격 라인은 화려한데 이들에게 좋은 패스를 찔러줄 자원이 부족하다. 머리(공격)는 크고 허리(미드필더)는 부실한 가분수 같은 느낌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 국가대표 출신의 파탈루(30)를 영입했는데 지난 1일 장쑤 쑤닝(중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2차전 원정에서 그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발은 느렸고 볼을 영리하게 간수하지 못했다. 적응 과정을 거쳐 나아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불만족이다. 중앙수비수 김기희(27)가 갑자기 상하이 선화(중국)로 이적한 것도 악재다. 대신 김형일(32)과 임종은(26)이 중앙 수비로 호흡을 맞추는데 둘 다 몸싸움, 제공권은 좋지만 볼 연결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반대로 서울은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6-0 승), 일본 히로시마 산프렌체(4-1 승)와 챔피언스리그 F조 1,2차전에서 인상적인 빌드업(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서울의 미드필더 신진호(28)와 주세종(26), 다카하기(30) 모두 볼 키핑과 패스가 수준급이다. 수비수인 오스마르(28)와 김원식(25), 고요한(28), 고광민(28)도 언제든 미드필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볼 관리를 잘한다. 서울이 이들을 앞세워 전북의 급소를 치면 의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 기자절야(棋者切也)
바둑은 끊어야 제 맛이라는 의미다. 바둑돌은 우군끼리 연결돼 있어야 안전한데 이를 끊고 또 맞받아 끊는 과감한 수가 나올 때 애호가들은 환호한다.
전북과 서울도 난타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북 최강희(57)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 신봉자다. 개막전이고 안방 경기라 1골을 내주면 2골을 넣겠다는 자세다.
서울 최용수(43) 감독도 맞불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이전에 전북을 상대할 때 수비를 탄탄히 하며 잔뜩 웅크리다가 역습으로 득점하는 전략으로 몇 번 재미를 봤다. 그래서 최강희 감독은 “서울은 텐백(10명이 수비수)을 쓰는 팀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7일 미디어데이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최용수 감독은 “리그 활성화를 위해 흥미로운 경기를 해야겠지만 전북에 뛰어난 공격수가 많아 우리는 수비 훈련을 더 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수비 안정이 우선이라는 뜻이지만 진심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엄살이다. 서울도 전북에 뒤지지 않는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90분 내내 치고 받는 화끈한 공격 축구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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