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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시인 ‘고은’과의 만남

입력
2016.03.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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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4일은 나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다. 그날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과 그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큰 주목을 받은 브라더 앤서니를 함께 내가 서울에서 개최하는 서울북앤컬쳐클럽 행사에 모시고 독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진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의 북클럽 행사에는 여러 유명 작가분들이 참가해주셨지만 고은 시인과 함께한 행사에서 관중들의 반응은 그 열기가 적응이 안될 정도로 뜨거웠다. 행사 시작시간인 오후 4시가 가까워오자 관중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은 시인이 무대에 올라섰을 때는 이미 200석의 관객석이 꽉 들어찬 상태였다. 좌석이 모자라 바닥에 앉은 분들도 있었고 벽에 기대서계신 분들도 있었다. 고은 시인과 만나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엄청난 명성과 굴곡 많은 삶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그러나 무대에서 시를 낭송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당찼다. 그가 자신의 시의 일부를 낭송했을 때는 마치 그 공간에 전기가 흐르는 듯 했다.

고은 시인과의 행사 후 며칠이 지난 후까지 고은 시인과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 감동을 받았다는 관객들의 감사 메시지가 이어졌다. 많은 관객들이 마음속의 영웅을 가까이서 만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나에게도 이 행사는 큰 의미가 있었다. 200명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80세 시인이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던 그 순간과 그 분위기. 이는 나에게 문학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실히 일깨워 주었다. 문학은 우리를 어딘가로 훌쩍 데려가 주거나 삶의 특별함에 다가서도록 하는 예사롭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2015년 1월 25일에 일어난 일이다. 관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한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움직였다.

그러나 이날 한가지 슬픈 사실도 다시 깨닫게 되었다. 한국문학은 아직도 그 가치에 비해 너무나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브라더 앤서니는 한국의 역사가 한국문학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문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사실이다. 내가 초반에 읽은 영어로 소개된 한국 문학작품 중 하나가 염상섭의 ‘삼대’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모더니즘과 식민지배가 한 가족의 삶에 일으킨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당시 나에게 이 작품이 난해하게 느껴졌고 결국 읽기를 포기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수의 흥미로운 한국인 작가들이 해외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발전이다. 우리가 다른 문화의 독특한 점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의 문학을 접하는 것임을 알고, 문학에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한국작가들이 외국이 독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국 가족에서 엄마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고 한국사회에서 386세대의 모습도 이해할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극단적인 모습의 현대 서울의 모습과 멕시코의 한인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황석영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는 한국 군인의 시각에서 베트남전을 이해할 수 있다. 박민규 작가는 현대 한국인의 삶이야기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은 영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강 작가도 작년에 서울북앤컬쳐클럽에 직접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질 수 있었다. 한강 작가와의 행사 후 어떤 젊은 캐나다 여성은 나에게 찾아와 그 행사가 그녀 생에 최고의 북클럽 행사였다는 찬사를 해주었다. 이렇게 한국문학은 풍부하고 깊으며 이상하고 때로는 불편하기도 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런 한국문학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기를 희망한다.

배리 웰시 서울북앤컬쳐클럽 주최자ㆍ동국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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