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연쇄 실종 사건 수사를 맡게 된 토끼 경찰관과 파트너가 된 여우의 범인 추적을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입소문을 타면서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어른까지 사로잡고 있다. 주토피아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이상적인 곳. 제작진은 주토피아를 구현해 내기 위해 실제 포유류들을 분석해 크기와 생활습성, 특징을 애니메이션에 활용했다고 한다.
영화 속 웃음을 자아내는 동물들의 습성이 실제로도 그럴까. 서울대공원 어경연 종보전 연구실장으로부터 주토피아에 나타난 동물들의 습성을 알아봤다.
1. 토끼는 홍당무를 좋아한다
영화 속 주인공 토끼인 주디 홉스의 가족은 홍당무 농장을 운영한다. 주디가 이용하는 녹음기 펜도 홍당무 모양이다. 사람들도 토끼 하면 당근을 함께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각종 대중매체와 만화 영화의 영향 때문인 듯 하다.
어 실장은 “토끼는 기본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을 먹고 사는 전형적인 초식동물이다. 홍당무에 대한 특별한 선호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토끼의 갉아먹는 습성을 볼 때 싫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당근 이외에 토끼가 좋아하는 먹이는 아카시아잎, 클로버, 칡잎, 무청 등 다양하다.
2. 토끼는 임신과 출산능력이 뛰어나다
영화 속에서는 토끼 마을의 인구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토끼의 수태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
실제 토끼의 수태능력은 뛰어나다. 토끼는 다산과 풍요, 부활을 상징한다. 어 실장에 따르면 토끼는 달걀과 함께 부활절의 상징(the Easter Bunny)이기도 한데, 토끼는 다산, 달걀은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토끼 기르기’책에 따르면 실제 토끼의 임신기간은 평균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토끼는 일단 성적으로 성숙하면 암컷을 언제든지 임신시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암토끼는 교미 후 즉시 배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태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만일 암수 한 쌍이 같이 살면서 마음대로 새끼를 낳게 한다면 1년 만에 수십 마리가 될 수도 있다.?
3. 여우는 교활하고 신뢰하기 어렵다
영화 속 여우인 닉은 영화 초반 사기꾼 캐릭터로 나오며, 다른 동물들도 여우에 대해 교활하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갖는 것으로 그려진다.
현실에서도 여우는 교활하다고 알려져 있고, 특히 서양에서 더욱 그렇게 인식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사냥꾼의 추적을 잘 따돌리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게 어 실장의 설명이다.
여우가 영리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우를 잡으려고 화약을 묻거나 줄에 걸어두면, 조심스럽게 파내거나 물어서 절벽에 버릴 줄도 안다고 한다. 먹이를 잡기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심으로 기다릴 줄 알고, 위험에 처했을 때는 죽은 척하거나 병든 척 하기도 한다. 또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발자국을 꼬리로 지우기도 한다.
4. 늑대는 한 마리가 울면 떼창을 한다
영화 속 늑대 한 마리가 소리를 내자 다른 늑대들도 덩달아 소리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늑대는 사회성이 매우 강하고 무리 내에서 뚜렷한 서열을 정하는 특성이 있다.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하울링(howling)이라고 하는데, 먹잇감을 사냥하기 전후에 무리를 모을 때 또는 서로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목을 뻗어 주둥이를 하늘로 향하면서 내는 특이한 소리다. 어린 개체는 그 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 큰 어른 늑대들이 소리를 낸다. 어 실장은 무리 내의 성체들이 함께 하울링을 하니까 ‘떼창’이라는 말이 맞을 수 있다고 봤다.
5. 나무늘보는 움직임이 엄청 느리다
나무늘보는 주토피아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캐릭터다.
실제 나무늘보는 포유동물 중 움직임이 느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움직임은 다른 종과 비교했을 때 느리다는 것이다. 땅에서는 움직임이 더욱 느려서 1분에 약 2m 정도의 속도를 낸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1분에 약 4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움직임이 더딘 것은 에너지를 덜 소모하기 위해서 진화한 것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따르면 나무늘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 나무 위에서는 느리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데 반해 땅에서 움직이는 경우에는 발톱을 이용해 몸을 끌면서 이동해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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