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
해나 프라이 지음ㆍ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208쪽ㆍ1만3,800원
수학자가 ‘사랑의 방정식’의 해(解)를 구하겠다고 나섰다. 왠 사춘기 장난질이냐, 왠 지나간 유행가 가사냐, 손발 오글대지 않아도 된다. 피터 배커스라는 수학자는 2010년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는가’라는 논문을, 진짜 썼다. “나와 데이트할 잠재적 여자친구의 수보다 은하계에 존재할 지적 외계문명의 수가 더 많다”는 암울한 결론이었지만.
전제는 이렇다. 당신은 남자다. 그러니까 당신이 여자를 만나는 목적은 같이 자는 거다. 당신은 여자다. 그러니까 당신이 남자를 만나는 목적은 결혼이란 명목으로 평생 남자 하나 낚아채는 거다. 만남의 운명에 대한 온갖 잡소리들은 치워라. 그 만남은 ‘동침’과 ‘납치’의 결합이다. 그래야 ‘사랑의 방정식’이 성립한다. 맞다. 학창 시절 누구에게나 이 갈리는 추억을 선사했던 그 ‘수학’이란 놈이라면 능히 이런 끔찍한 짓을 하고도 남음이 있으렷다. ‘수학적 모델링’이란 그런 거니까.
‘우리가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들’은 수학적 접근을 통해 사랑에 대해 알려주겠다던 한 수학자의 TED강연(www.ted.com/talks/hannah_fry_the_mathematics_of_love )을 더 보강해 책으로 풀어낸 책이다. 당연히 연애의 말랑함으로 수학의 어려움을 불식시키겠다는 시도다. 수학자들이 월스트리트는 망쳐놨어도 당신의 연애는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하고픈 욕망도 있다.
책장을 넘길 때 ‘Wt+1=w+rwWt+IHM(Ht)’ 따위의 수식이나 ‘게일-섀플리 알고리즘’ 같은 어려운 말이 나오긴 한다. 대개는 저자가 만담가로 오해 받지 않기 위한 경우가 많으니 건너 뛰어도 읽는 데 지장은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재치 넘치는 책이다.
수학이 풀어놓은 사랑의 방정식 첫 번째. 무조건 대시하라.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쪽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쪽과 연결된다. 수동적으로 응하는 쪽이라면? 자신에게 접근하는 이성 가운데 가장 덜 싫어하는 이와 연결된다. 대개 앞의 경우 남성, 뒤의 경우 여성이다. 남자들이여, 당신은 아내에게 최고의 남자가 아니다.
두 번째 웬만큼 괜찮다 싶음 그냥 결혼하라. “매력적인 여성의 무관심한 태도를 확인한 남성은 자신에게 가장 관심을 보이는 여성을 선택해 정착하고, 싱글들의 그룹에서 빠지게 된다.” 해가 갈수록 아주 뛰어난 여성과 아주 이상한 남성만 남는 이유다.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면, 당신은 이미 게임이론을 통한 ‘좋은 신랑감 패러독스’를 수행한 셈이다.
그러면 대체 언제쯤 상대를 붙잡아야할까. ‘최적정지이론’에 따르면 “당신이 10명의 상대와 사귈 운명이라면 처음 4명의 연인을 거절했을 때 바로 그 단 한 사람을 찾을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 평생 20명을 사귈 자신이 있다면 8명은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 자 이제 나는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사귈 수 있을까. 냉정하게 계산해보자, 그리고 결단을 내리자.
5번째 상대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가 그래도 찜찜하다면? 연인끼리 싸움이 난다면? 수학적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수학자 배커스는 지적 외계문명을 단 하나도 찾지 못했음에도 3년 뒤에 결혼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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