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논란과 윤상현 의원 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고조돼온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내부 계파 갈등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0일 오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중ㆍ영도구의 경선 확정 발표를 이유 없이 미룬 게 발단이었다. 이날 이 위원장은 경선지역 31곳, 단수추천지역 4곳 등 2차 공천안을 발표했으나 부산 중ㆍ영도구는 빠졌다. 한 공관위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어제 공관위 회의에서는 부산 중ㆍ영도구까지 경선지역으로 확정했다”며 “그런데 이 위원장이 갑자기 오늘 새벽 독단적으로 보류를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리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서청원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 사실을 전해 듣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관위원은 “최고위에서 이 위원장에게 ‘최고위의 의결이니 계획대로 발표를 하라’는 쪽지를 넣었지만 이 위원장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위원장의 2차 공천안 발표를 중계하는 방송에는 중간에 당직자로 추정되는 이가 이 위원장에 다가가 뭔가를 전하지만 이 위원장이 “됐다”고 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 위원장의 일방적인 발표 누락에 공관위에서 김 대표의 의견을 반영해온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할 수 있다고 경고해 공관위가 해체 직전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이날 오후 먼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위원장은 “당직을 맡고 있는 공관위원 일부의 반발이 굉장히 심해 더 이상 공관위에 참여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이나 사무부총장의 자격이 아닌 공관위원으로서 좀 제대로 참여해달라”고 두 사람의 복귀를 당부했다.
그러나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은 뒤이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위원장의 독단적인 공관위 운영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시정될 때까지 공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그간 보인 행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홍 부총장은 “김 대표 지역의 경선 확정 발표 누락뿐 아니라 그간 전체회의를 하다가 어딘가로부터 연락을 받고 회의를 중단시키는 등 그간 참고 지켜본 사례가 여러 번”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이 위원장의 정정 발표와 독단적인 회의 운영 개선이 없다면 향후 공관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11일 예정이었던 3차 공천안 발표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이 위원장이 우선ㆍ단수추천(전략공천) 확대 적용, 자격심사 강화를 명분으로 한 현역 컷오프 등 상향식 공천 룰을 무시해오자 그동안 누적돼온 김 대표 측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청와대 살생부 의혹, 내부 여론조사 유출 논란에 이어 윤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 막말 파문까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맞대응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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