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천 와중에 ‘무언의 시그널’
“총선에 영향 끼칠 소지 충분해”
박근혜 대통령의 10일 대구ㆍ경북(TK) 행을 두고 공천 및 선거개입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법률적 측면에서 정부 공식행사 참석을 위한 방문인 만큼 현행 선거법 위반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천이 한창인 상황에서 진박(진실한 박근혜 대통령 사람) 후보에 대한 지원ㆍ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될 행보를 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TK 방문에서 일체의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았다. 선관위도 내부 검토를 통해 박 대통령의 대구행이 통상적 정부 공식행사 참석과 다르지 않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대통령은 현행 선거법 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9조)와 ‘선거 관여 금지’(85조) 규정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17대 총선을 두 달 가량 앞두고 있던 지난 2004년 2월 한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탄핵으로 이어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를 찾은 것이 어떤 형태로든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선거 개입 논란은 피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친박ㆍ비박계간 공천 갈등이 표면화한 상황에서 특정 계파를 지원한다는 정치적 논란을 불러와 당내 갈등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박 대통령을 특별하게 인식하는 대구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진박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행보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발언보다도 박 대통령의 ‘무언의 메시지’가 논란의 불씨라는 지적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박 마케팅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대구에서 차지하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 때문”이라며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구에서 경제ㆍ민생 행보만 했다 하더라도 지역 유권자들이 무언의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며 했다.
총선을 34일 앞둔 미묘한 시점의 행보인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를 목전에 둔 예비후보자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선거에 활용하려 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청와대에서 먼저 막았어야 할 방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논란 가능성을 의식한 듯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라며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구 지역 진박에 대한 심리적 지원 효과는 있겠지만, 너무 많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지지나 반대하는 발언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엄밀히 말하면 선거법 위반보다는 논란의 소지가 큰 방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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