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패배 직후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
전날과 달리 신중한 바둑 뒀지만
알파고 완벽한 대국에 완패 인정
구글 “우리도 지금 믿기 힘들다”
“알파고의 약점을 찾을 수 없다. 완전한 나의 패배다.”
이틀 연속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무너진 인간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은 자신의 완패를 인정했다. 변칙수를 썼던 전날과 달리 신중한 바둑을 뒀음에도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알파고의 완벽한 경기력을 인정한 것이다.
10일 대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던 이 9단은 두번째 패배의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경기 직후 웃음기 없는 얼굴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 9단은 이 날 경기 종반 알파고의 끝내기 승부수들이 날카롭게 들어오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 9단은 “놀란 것은 어제로 충분하지만 오늘은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며 “오늘 바둑은 내용상으로 보자면 나의 완패였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또 대국 내내 자신이 알파고를 압도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초반부터 내가 앞선 적이 한번도 없었고, 특별히 알파고가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제는 알파고의 바둑에 이상한 점이 보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정말로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승리를 거머쥔 인공지능 알파고의 능력에 구글 측조차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두번째 승리가 확정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줬다”며 “우리도 지금 믿기가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기자회견장에서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의 기력 때문에 끝내기까지 긴장감이 팽팽한 승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날과 달리 경기 종반으로 가면서 알파고가 점점 힘을 냈던 점을 두고 하사비스는 “중반부까지 승리 확률은 반반이었는데 알파고가 후반부에 돌입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승리를 확신한 것 같다”며 “해설위원이나 우리는 몰랐지만, 알파고는 스스로 끝내기로 가면서 점점 승부에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약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9단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지 못해서 내가 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기력은 이세돌 9단과 같은 훌륭한 상대와 대국을 치러야 알 수 있다”며 “장단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대전을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의 패배로 이 9단은 자신감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 9단은 “이제 2대0이 돼 쉽지 않게 됐다”며 “(그래도) 한판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9단은 대국 전 자신의 5대0 승리를 예상했고, 1국 패배 이후에는 승률을 50대 50으로 봤다.
이 9단은 “오늘 바둑으로 봤을 때 (다음 대국도) 경기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어려울 것 같다”며 “그 전에 승부를 거는 쪽으로 가야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5번기의 승부를 가를 세번째 대국은 하루를 건너 뛴 12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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