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수영연맹 비리의 핵심 인물인 정일청(55) 전 전무이사가 연맹 2인자의 지위를 이용해 11년간 3억원대의 뒷돈을 상납받은 혐의로 10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구속 기한(20일)이 만료함에 따라 그를 일단 재판에 넘기면서도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많다”고 밝혀 수사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수영 국가대표 선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 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정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정씨에게 뒷돈을 건넨 사설 A수영클럽 대표이자 수영연맹 전 총무이사 박모(49)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04년 2월~지난해 4월 박씨로부터 “수영연맹 임원 선임을 도와달라” “국가대표 선수 선발 때 A클럽 선수들을 잘 봐달라” 등의 청탁과 함께 119차례에 걸쳐 총 2억 3,557만원을 받은 혐의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으로 유명한 노민상(60) 감독한테서 2009년 1월~2011년 1월 수영연맹 임원 선임과 서울시청 수영팀 감독 선임 등의 명목으로 30차례에 걸쳐 9,144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노 감독의 경우는 배임증재죄의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나 처벌대상에선 제외됐다.
검찰은 2000년대 중반쯤부터 수영연맹 전무이사로 활동한 정씨가 연맹의 실세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고 보고 있다. 노 감독도 검찰에서 “정씨가 연맹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비중에 비춰 (금품을 상납하라는) 요구를 거절하긴 어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또 “정씨가 받은 돈의 정확한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선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가 자신이 받은 돈의 일부를 ‘윗선’에 다시 상납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진 경영 종목에 한정돼 있는 검찰 수사망이 다이빙ㆍ수구ㆍ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등 다른 종목은 물론, 심판 매수나 체육대학 입시 비리 쪽으로 넓어질 공산도 있다. 예컨대 지난 2일 횡령 등 혐의로 체포된 대한수영연맹 홍보이사 이모(48)씨가 수구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와 감독을 수 차례 지낸 수구 지도자라는 점에서 조만간 해당 종목으로 검찰의 칼끝이 옮겨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공식 수사는 수영 종목에 한정돼 있지만,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의혹도 모두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선수 훈련비 등을 빼돌려 도박자금과 생활비 등으로 탕진한 연맹 시설이사 이모(13억2,000여만원)씨와 강원수영연맹 코치 이모(11억9,000여만원)ㆍ홍모(10억5,000만원)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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