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면 당장은 인건비가 줄어들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경비원 일자리 보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김남훈(41ㆍ사진)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을 해고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해부터 CCTV 도입 등 무인경비시스템 구축으로 경비 인력을 감축, 인건비를 줄이자는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올해 1월 초 아파트 측은 주민들에게 경비원 인력 6명 감축, 12명 감축, 현행유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비원 최저임금이 인상돼 월 관리비가 4,000원이 인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이 공문을 보고 “기가 막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장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엘리베이터에 '경비원을 6명 해고할지 12명 해고할지 선택 하라니요. 저 4,000원 있습니다!'라는 A4용지 크기의 호소문과 함께 1,000원짜리 지폐 4장을 붙였다. 이는 경비원 해고의 문제점을 주민들에게 환기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월 말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주민 90% 이상이 경비원 해고 계획에 반대표를 던졌고, 경비원들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김씨는 “CCTV는 후진하는 차량을 막을 수도, 수상한 사람이 들어왔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누구냐'고 경계할 수 없다”며 “무인 경비시스템은 증거보전의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범죄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비원을 감축하고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경비원들이 ‘봉사차원’에서 했던 택배 수령이나 화단 정리 같은 일들도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므로, 또 다른 인건비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른 인건비는 아파트 유지ㆍ관리에서 새는 돈을 아껴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씨는 경비원 일자리 문제는 ‘공동체 가치’라는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 “가장 오랜 시간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이웃 구성원’으로 봐야 한다”며“개인화된 아파트 생활에서 경비원의 존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김씨는 전직 프로레슬러이자 UFC 격투기 해설위원이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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