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말(deceptive language) 중에는 반어법이 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응하면서 공을 상대편에게 던지는 방식이다. ‘Did you steal the money?’라는 질문에 ‘Why would I steal from my work place?’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혹은 ‘Do I seem like the kind of person who would do something like that?’(내가 그런 걸 할 사람처럼 보이나요?)처럼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패턴의 대화는 주위에도 매우 많은데 언어학자들은 이를 ‘속임수’ 언어라고 말한다. 속내(innuendo)를 감추기 위해 엉뚱한 제스처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러한 속임수 언어는 사회 전반에서 나타난다.
George Orwell의 1984 라는 소설에서 소개된 double speak도 같은 맥락의 언어다. 정치 분야에서 솔직하게 표현했을 때 초래되는 반작용이나 여론을 의식해 본질을 감싸거나 완곡어법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 명칭도 영역에 따라 business speak, double-talk, newspeak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 때문에 일반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을 ‘Poor People’이라고 말하면 불쾌하게(offensive) 느끼기 때문에 ‘서민층(the underprivileged)’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행정 용어로 자리잡았다. 남녀간의 ‘성폭행’(sexual assault)이라는 뉴스 용어도 사실은 ‘강간’을 간접 묘사한 말이다.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뉴스화 되면서 ‘부적절한 관계’(inappropriate relations)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이러한 ‘완곡 어법(Euphemism)’도 뒤집어 보면 ‘sex scandal’일 뿐이다. 회사에서 ‘접대비’라고 부르는 지출 항목도 영어에서는 ‘corporate entertainment’ ‘business entertainment’ 부르므로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Distant cousins’라는 말은 ‘먼 사촌지간’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좋든 싫든 업무상 상대해야 할 사람들’을 의미한다. 개인차원에서 이중의미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속임성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사람이 ‘중고차’를 판매하며 인터넷에 ‘Previously Owned’라고 광고했다면 그냥 ‘Used’(중고)라고 하는 것보다 ‘중고’의 어감이 반감되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다.
이중 의미의 표현이 긍정적으로 쓰이는 사례도 있다. 감옥(prison)이라는 말 대신 교도소 (correctional facility)라고 고쳐 말하는 경우도 ‘감방’이라는 용어의 부정적 어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흑인’을 ‘Black people’ 대신 ‘African Americans’으로 부르는 것이나 공식 문건에서 ‘동양계 미국인’을 Orientals 대신 ‘Asian Americans’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의 부정적 의미와 파장을 상쇄하기 위해 이중적 언어 표현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속뜻과 숨은 취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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