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선배를 살려달라’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10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종방(12일)을 앞두고 극중 살해당한 이재한 형사(조진웅)를 살려달라는 바람이 담긴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넘쳐났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는 극중 주인공을 죽이는 걸로 ‘악명’이 높다. 전작인 ‘유령’(2012)에서는 경찰청 사이버 수사 팀장인 김우현(소지섭)을 단 2회 만에 죽였고, ‘싸인’(2011)에서는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를 마지막 회에 죽이고 그의 사망으로 범인을 잡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펼쳤다. ‘시그널’에도 김 작가의 ‘데스 노트’는 어김 없이 적용됐다. 김 작가는 극 초반 이 형사를 죽여 비장미를 높였다.
김 작가의 전작과 달리 ‘시그널’에서 네티즌이 유독 주인공을 살려달라고 하는 이유는 드라마를 통한 대리만족이 워낙 커서다. 이 형사는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형사다. 국회의원과 경찰 간부 사이 비리에 맞서 조작된 사건의 진실과 진범을 찾던 그는 동료 경찰에 살해 당해 충격을 던졌다. 이 형사의 시신은 외딴 집 마당에 유기됐고, 유족은 소식도 모른 채 15년 채 그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이 상황에서 이 형사의 각별한 경찰 후배였던 차수현(김혜수)과, 이 형사와 시간을 뛰어넘어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 받던 프로파일러 박혜영(이제훈)이 이 형사의 백골 시신을 발견해 안타까움은 커졌다. 이 형사의 유골을 15년 만에 찾은 그의 아버지가 “죽기 전에 제삿밥은 지어 먹일 수 있겠다”며 우는 장면이 방송됐을 때, 네티즌도 같이 울었다. 이런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네티즌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바라며 이 형사를 살려달라며 뜻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 앞에 정의가 통하지 않는 현 사회의 그늘에 대한 네티즌의 소박한 저항이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이재한이란 정의로운 인물이 꼭 살았으면 좋겠다’ ‘과거는 바뀔 수 있다는 게 드라마 주제지 않나. 꼭 해피엔딩이 됐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라도 이재한 경찰 같은 사람이 살아야 힘 없고 ‘빽’ 없어도 정의가 이길 수 있다는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살려달라’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이 형사의 네티즌을 살려달라는 바람을 김 작가도 알고 있었다. 9일 만난 김 작가는 “모두가 만족하는 결말이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시그널’ 마지막회인 16회 대본은 이미 지난 1월 탈고됐고, 이후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PD는 “원했던 반응”이라고 여운을 줘 결말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은 마지막회가 전파를 탈 12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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