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마이너스 금리, 더 많은 돈 풀기
더 불 붙게 된 통화전쟁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QE) 규모 역시 더 확대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한 것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기 위한 글로벌 통화전쟁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ECB는 10일(현지시간)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0.3%인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1%포인트 더 낮춘 -0.4%로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0.05%에서 제로(0%)로, ECB 한계대출 금리도 0.30%에서 0.25%로 낮추는 등 3대 정책금리를 모두 인하했다.
양적완화, 즉 월평균 자산매입 규모도 4월부터 현재(600억유로)보다 200억유로 늘린 800억유로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자산 매입 대상에 국채, 자산유동화증권(ABS) 외에 회사채도 새롭게 포함시키기로 했다. 오는 6월 종료되는 4년 만기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최소 내년 3월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강력한 통화완화 조치로 풀린 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고, 지난달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0.2%)를 기록하며 커지고 있는 디플레이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레데릭 듀크로제 팍텟 이코노미스트는 “상당히 강력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ECB의 추가 부양책 발표 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장중 2~3%대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추가 완화책 역시 효과는 미미할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반면 ‘은행 예금 이탈→은행 수익성ㆍ유동성 악화 및 은행 대출능력 저하→기업 부담’ 등으로 이어지는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안드레아스 트레이츨 오스트리아 에르스트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마이너스 금리 확대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금융 거품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선택하면서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고민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CB의 돈 풀기는 유로화 약세로 이어지는 만큼 자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를 막기 위한 맞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달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한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높이고,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거라는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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