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사진=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에 빠진 타격 기계 김현수(28ㆍ볼티모어)를 보면서 여러 말들이 많다.
2년 700만 달러(약 85억원)를 받고 태평양을 건넌 김현수에게 사실 시범경기 성적은 별 의미가 없다. 게다가 오프시즌 팀의 외야수 보강 계획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즉 김현수는 부진에 관계없이 개막전 좌익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 김현수 흔들기와 조급함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왠지 걱정이 된다. 때마침 슬슬 흘러나오는 불안한 얘기들이 기름을 붓는다.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는 초반 양상으로 드러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5개 팀의 주전 라인업을 예상하며 김현수를 볼티모어의 리드오프(리드오프)로 올려놓았다.
예상은 장밋빛이지만 내용은 썩 듣기 편하지 않았다. USA투데이는 볼티머오가 공을 들였으나 영입에 실패한 덱스터 파울러(30ㆍ컵스)를 들먹이며 "파울러가 빈 공간을 채울 수도 있었다"면서 바로 "김현수의 리드오프 자리"라고 했다.
이어 "김현수는 한국에서 뛰어난 출루율을 보여줬지만 그에게 지금 즉시 그 역할을 요구하기엔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시범경기 초반 부진한 김현수에게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기기 꺼려진다는 지적이다.
이 시점에서 김현수는 지난해 강정호(28ㆍ피츠버그)의 교훈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꼬마 같다"고 스스로도 자책한 것처럼 문제의 원인인 조급함을 없앨 수 있다.
◇ 강정호와 닮은꼴 행보
돌아보면 강정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처음부터였다. '스몰마켓'의 피츠버그가 포스팅(비공개입찰제) 금액 500만 달러(약 59억원)로 독점협상권을 따낼 때부터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비아냥이 들렸다.
강정호가 스프링캠프(시범경기) 데뷔전에서 시원한 첫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잠시 '23타수 2안타'의 부진에 빠지자 기다렸다는 듯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늘어만 갔고 정규시즌 첫 2주 동안은 기대 이하의 팀 성적과 맞물려 마이너리그 강등설이 들끓었다.
결과적으로 조급증이 부른 쓸데없고 소모적인 흔들기였다. 적어도 그를 믿고 데려온 단장과 감독만은 그래선 안 됐다. 닐 헌팅튼(47ㆍ피츠버그) 단장은 강정호 얘기만 나오면 단호했다. 헌팅튼은 "강정호는 실력으로 당당히 자리를 얻었다.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서 얻을 게 아무 것도 없다"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강정호의 성공은 그런 절대적이고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현수는 실력으로 뒤지지 않는다고 자타가 공인한다. 구단의 신뢰 아래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가능성을 보여주느냐의 싸움이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가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게 최우선이다.
◇ 6월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볼티모어는 냉정한 구단이다. 벅 쇼월터(60ㆍ볼티모어) 감독의 성향이 그렇다. 과거 아무도 주목 않던 약관 20살의 언더핸드 투수 김병현(37ㆍ기아)을 오롯이 구위만 보고 전격 발탁하는 가하면 기량이 떨어진 박찬호(43)와 윤석민(30ㆍ기아)은 홀대했다. 한국선수만이 아니다. 쇼월터의 역사에서 도움이 못되면 베테랑이라도 가차 없이 내쳤던 사례가 숱하다.
워낙 올곧고 냉혈이라 때론 엄청난 비난을 자초하지만 좋게 보면 선입견 없이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수를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간다.
김현수는 이 점을 유념하고 길게 봐야 된다. 김현수는 웬만해선 스프링캠프를 거쳐 5~6월까지는 비교적 꾸준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위축될 것 없다. 이제 시작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멀리 보고 이 안에만 실력을 검증 받으면 된다는 조금은 느긋한 자세를 가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면 강정호가 그랬듯 김현수도 어느 순간 우뚝 서 있을 것이 틀림없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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