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치이면서도 동료와 부하직원을 챙기던 인간적인 오 부장(드라마 ‘미생’)이 변호사로 변신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이 따르는 이성민이 힘있고 돈도 있는데 인생 절정기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불운의 사나이를 어떻게 그려낼까. 10일 오후 서울 행당동 한 컨벤션홀에서 열린 tvN 드라마 ‘기억’의 제작발표회는 이성민의 새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주며 기대를 불러모았다. 18일 첫 방송될 ‘기억’은 ‘부활(2005)’과 ‘마왕(2007)’을 만든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 콤비가 3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이성민은 거대 로펌의 성공한 파트너 변호사 박태석역을 맡았다. 박태석은 부와 권력만을 좇다 주변으로부터 속물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인물이다. 박태석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며 고난을 겪는다. 박태석의 곁을 지키는 아내 역에는 김지수가, 박태석의 전처 역에는 박진희가 캐스팅 되어 기억을 잃어가는 박태석과 얽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박찬홍 PD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에서 기쁨을 맛보실 것”이라며 세 배우의 ‘명품’ 연기가 극을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PD가 기대를 표한 중년 배우 중 눈에 띄는 이는 단연 이성민이다. 박태석은 알츠하이머병에 절망하면서도 그간 소홀히 해왔던 소중한 것들을 재발견해나간다. 깊이 있는 연기와 통찰력이 필요한 역할이다. 이성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자료를 보며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며 “(예고편에 등장하는)머리를 치는 연기도 어느 알츠하이머병 환자 할머니를 보며 연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tvN 금토극은 성공 스토리를 이어왔다. ‘오, 나의 귀신님!’,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시그널’까지 히트를 쳐 ‘시그널’ 후속으로 방영될 ‘기억’에 대한 기대도 높다. 이성민은 “정말 부담이 많이 된다”면서도 “‘시그널’의 바로 뒤에 시작해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의지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성민은 ‘시그널’의 김원석 PD와 ‘미생’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이성민은 김 PD에 대해 “‘미생’한 뒤 절대 다음 작품은 (같이) 안 할 거라고 했는데 (‘시그널’ 보며) 후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잘 보고 있다고 문자할까 말까 고민 중이다”라며 “정말 잘 찍는다. 미친 것 같을 정도로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 박 PD님도 김 PD님 못지않게 광기가 있다”며 “‘시그널’ 뛰어넘어야지, 우리도 대단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성민은 “첫 방송 시청률이 4%만 넘기면 ‘시그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억’은 로펌 내에서 자신의 병을 숨겨야 하는 태석과 태석을 추락시키려는 이들의 음모가 뒤엉키며 긴장의 끈도 놓지 않게 할 전망이다.
병마와 싸우는 한편 주변의 적들과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태석의 조력자로 준호(그룹 2pm 멤버)와 윤소희가 등장한다. 준호는 태석의 직장 후배 변호사인 정진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준호와 호흡이 아주 좋다”며 “임시완이 연기한 장그래(‘미생’)와의 브로맨스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태석과 적이 되는 재벌 3세 신영진에는 이기우가 캐스팅 되어 기존의 선한 이미지를 뒤집는 악역 연기를 펼친다.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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