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ㆍ지자체 등 공동 감사 결과
1610곳 회계 처리 부적합 판정
77%가 입주자 대표ㆍ관리소장 비리
공동전기료 과다 부과 후 가로채기
돈 펑펑 인출됐는데 증빙자료 없고
공사 허위로 입찰해 낙찰비 받기도
#. 충남의 A아파트는 관리비 통장에서 관리소장 개인의 계좌로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16번에 걸쳐 3억7,000만원이 이체됐다. 같은 기간 관리통장에서 현금이 2억4,000만원 빠져나갔고 타 계좌로 이체된 금액도 12억3,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돈이 왜 인출됐고 어디에 쓰였는지 관련 증빙자료는 전혀 남기지 않았다.
#. 2014년 서울의 B 아파트를 위탁 관리한 회사는 매달 관리비 통장에서 자금을 마음대로 인출해 사용한 뒤 관리비 정산이 이뤄지는 월말 자신들이 썼던 자금을 다시 입금하는 방법으로 1년간 5억원을 무단 유용했다.
#. 경북의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파트 공금통장에서 44차례에 걸쳐 6,100만원을 마음대로 출금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가 불구속 기소됐다.
전국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파트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써온 것으로 드러난 이의 76.7%가 입주자 대표자와 관리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10일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공인회계사회, 경찰청과 합동으로 실시한 ‘공동주택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300가구 이상 9,009개 단지 중 8,991곳(99.8%)을 대상으로 한 첫 회계감사 결과다. 정부는 그간 아파트를 국민의 사적 공간이라고 판단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나, 배우 김부선씨의 ‘난방비 비리 의혹’ 폭로 등 관리비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자 지난해부터 매년 외부 감사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감사 결과 전체 단지의 19.4%인 1,610개가 회계처리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5개 단지 중 1개는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다는 얘기다.
회계 문제가 있는 1,610개 단지 중 833개 단지에 대한 1,177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부적합 사유는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517건(43.9%) ▦회계자료 누락 등 회계처리 부적정 214건(18.2%)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적립 등 186건(15.8%) ▦잡수익 관리대장 누락 등 71건(6.0%) ▦부당한 자금인출 등 29건(2.5%) ▦기타 160건(13.5%) 등으로 나타났다.
오균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회계처리 부실 단지 비율 19.4%는 외부회계감사 대상인 상장기업의 회계처리부실 비율(1%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문제가 드러난 곳은 해당 지자체를 통해 집중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지자체가 국토부와 함께 입주민의 민원이 제기된 429개 단지를 대상으로 작년 10월부터 3개월간 감사를 실시한 결과 312곳(72.0%)에서 1,255건의 비위행위가 적발됐다. 경찰청도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99건의 비리 행위를 단속, 153명(43건)을 입건했고, 나머지 56건은 수사 진행 중이다.
수사 결과 비리 행위자는 입주자 대표회장(63명ㆍ41.4%)과 관리소장(54명ㆍ35.3%)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공동전기료를 과다하게 부과한 뒤 초과된 금액을 가로채거나 공사를 허위 입찰해 낙찰명목으로 돈을 받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해 감사 결과를 감독기관인 지자체에 의무 제출하도록 하고 주택관리업자 처벌 이력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입주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회계감사 대상에서 제외가 되는데 상당수는 내부 비리를 감추기 위해 관리비 증가 등을 앞세워 입주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라며 “이런 단지들도 특별감사를 실시하는 등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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