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NLD, 하원회의서 추천
의석 과반 확보해 사실상 확정
대리 통치 성공할지 주목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54년 만에 탄생하는 미얀마의 첫 민주적 대통령으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틴 쩌(70)가 사실상 확정됐다.
다수당인 NLD는 10일 미얀마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회의에 대통령 후보로 틴 쩌를 추천했다. NLD는 또 상원에서는 소수민족인 친족 출신 헨리 밴 티유를 후보로 추천했다. 군부 추천 후보는 현직 부통령인 싸이 막 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상하원 의석의 과반을 확보한 NLD가 추천한 틴 쩌가 사실상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는 분석이다. 미얀마 대선은 상하원 의원들이 투표하는 간접선거이기 때문이다. 상원과 하원, 군부가 각각 1명씩 추천해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령직을 맡는다. 헨리 밴 티유 후보는 소수민족 배려 정책에 따라 부통령직을 염두에 둔 추천으로 보인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상하원 의원 664명이 참여하는 의회 투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미얀마 의회 사무국이 밝혔다.
틴 쩌가 차기 대통령으로 의회에서 당선되면 대리 통치를 통한 수치의 정국 구상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BBC방송은 “NLD가 틴 쩌를 대통령에 임명한 것은 그가 수치의 명령에 가장 잘 따를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수치는 대통령의 권한을 빌려 국방부와 내무부, 국경경비대 등 주요 부처의 권력을 독점한 군부 세력과 맞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에 지명된 틴 쩌는 수치 여사 어머니의 이름을 딴 보건ㆍ교육 분야 자선단체인 ‘킨 치 재단’에서 고위간부를 맡는 등 수치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1946년 양곤에서 태어난 틴 쩌는 양곤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은 수치와 동문이자 수치의 가택연금 해제 후 운전기사 겸 비서를 지냈다. 또한 틴 쩌의 가문은 수치와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미얀마의 유명작가인 틴 쩌의 아버지 민 투운은 1990년 총선에서 NLD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틴 쩌의 장인인 르윈은 수치와 함께 NLD를 결성한 창당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계책임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했다. 틴 쩌의 부인인 수 수 르윈 역시 2012년 보궐선거에서 NLD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지난해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현재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형식상 미얀마 최고 통수권자인 틴 쩌가 향후 정국 구상에서 수치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곤 타가웅 정치학연구소의 소에 민 웅 소장은 미얀마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수치는 쓰레기 수거와 의원 숙소 문제부터 당에 대변인을 세우는 일까지 스스로 챙기는 스타일”이라며 수치의 독선적인 통치 방식으로 인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수치의 대리 통치 자체가 대통령을 최고 통수권자로 규정한 기존 헌법을 무시하는 초헌법적 발상이기 때문에 군부가 이를 빌미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수치와 군부의 갈등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서 진행 중”이라며 “미얀마를 혼란에 몰아넣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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