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당일 아들과 길 걷는 모습 찍혀
경기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7)군의 계모가 “버린 게 아니라 같이 걷던 아들이 갑자기 없어진 것”이라며 신군을 유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러나 실종 당일 폐쇄회로(CC)TV에 찍힌 계모와 신군의 모습 등을 토대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공개 수사로 전환, 신군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쯤 계모 김모(38)씨가 신군을 데리고 자택 인근 A초등학교를 지나 해군 2함대 사령부 방면으로 향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영상에는 김씨가 어린 신군의 손도 잡아주지 않은 채 몇 걸음 앞서 걷고 있고 그 뒤를 신군이 따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해당 영상에 찍힌 사람이 본인이 맞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계모는 신군을 살해하거나 유기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에게 밥을 줬는데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아 소주를 한 병 반 가량 마신 뒤 (아들을) 버리려는 마음을 먹고 당일 아침 함께 집을 나섰지만, 한참 걷다 뒤를 돌아보니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계모의 이런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헤어졌다는 곳을 계모가 정확히 진술하지 않고 있는데다 신군도 스스로 귀가할 수 있을 정도로 또래 아이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실종경보’를 발령하고 이날 신군의 인상착의 등이 실린 전단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전단에는 신군의 얼굴, 키(125cm), 왼쪽 팔과 겨드랑이에 손톱크기의 반점, 팔자걸음 등의 특이사항이 담겼다.
경찰 또 수색견 3마리와 기동대 1개 중대 및 수중 수색팀 11명 등 120여명을 동원, A초교 주변 야산과 수로, 해군 2함대 사령부 인근 해안 등을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있다. 전날 계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 데 이어 프로파일러 1명을 투입해 계모와 친부(38)를 상대로 경위를 추궁 중이다.
김씨와 신군의 당시 모습이 찍힌 CCTV 주변 CCTV 10여대의 영상도 추가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군의 누나(10)도 계모가 택시를 태워 평택 내 친할머니 집에 보낸 뒤 단 한차례도 찾지 않을 정도로 자녀들에 대해 무관심했다”라며 “수사력을 집중해 신군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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