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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아이의 입학, 엄마의 입학

입력
2016.03.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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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려워하던 날이 현실이 되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저녁까지 맡아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종일반과는 달리 집에 일찍 돌아오는 아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걱정 때문에, 많은 일하는 엄마들이 일이냐 아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는 바로 그 초등학교 입학 말이다. 아이의 입학은 제2의 출산이라는 공포스러운 비유도 종종 들었는데, 도대체 초등학교 입학이 뭐길래 그러는 것일까. 막연한 걱정뿐 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초등학교 입학식은 다가왔다.

당장 부모가 학교에 가야 할 날이 예비소집, 입학식, 학부모 회의, 참관수업까지 연달아 있다. 세 살 어린 둘째 아이의 유치원 입학까지 겹치니 감당이 어렵다. 남편이 가기도 하고, 연차도 쓰고, 탄력근무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미루면서 간신히 스케쥴을 조정했다. 학교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도 회사 일로 휴대폰은 계속 울리고 처리해야 할 일들로 마음은 복잡하다. 행사가 끝나면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다시 회사로 달려가는 일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준비해 오라고 하는 각종 준비물에다,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서류에 예방접종내역 확인, 방과후 교실 신청 등 엄마가 읽고 꼼꼼히 챙겨야 할 일도 많다.

마침 회사 일도 엄청나게 바쁘게 돌아가서 매일 야근인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면서도, 학교 교실에서 얌전히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 큰 아이, 낯선 유치원에서 종일반을 지내는 작은 아이 걱정에 싱숭생숭하다. 밤늦게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학교에서 준비하라는 준비물 및 서류를 챙기고, 뭐 하나라도 빼먹었을까 싶어 두번 세번 확인하고 나면 어느새 새벽이 다가온다. 1년 일찍 입학을 경험한 직장 동료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엄청난 업무를 인수인계 받은 신입직원 같은 느낌이라고 하던데,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이래서 엄마들이 휴직이나 퇴직을 고민하는구나 싶었다.

아이가 어릴 때 예방접종을 한 병원이 폐업을 해서 예방접종 확인을 위해 부랴부랴 보건소에 방문한 일, 아이 준비물에 이름을 예쁘게 써주려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이름스티커가 늦게 도착해서 연필과 색연필, 미술도구 등 한 가득 쌓인 준비물에 일일이 이름을 쓴 일 등 소소한 일들을 제외하고는 큰 사건 없이 입학 첫 주가 지나갔다. 첫날에는 어색해 하며 학교를 쭈뼛쭈뼛 들어가던 아들이 둘째 날 칭찬 스티커를 받아오더니 한결 자신감이 붙어서 등교를 한다. 억지로 깨워야 일어나던 아이가 요즘은 스스로 알람을 맞춰 놓고 일찍 일어나기까지 하니 대견스럽다. 마침 같은 반에서 워킹맘으로 비슷한 처지인 동네 엄마들 하고도 인사를 하게 되어 서로 정보도 확인해가며 격려하게 된 일도 다행이다.

큰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며 물가에 내 놓은 것 같이 마음이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는 씩씩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엄청나게 보이던 준비물과 서류들도 준비하고 나니, 이 또한 지나가는 일이다. 아이가 이른 하교 후에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아직 고민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폭풍 같은 한 주가 지나고, 문득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는 일이 부모에게 엄청 부담이 되고 직장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게 아닐까.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적응하는 시기에는 엄마아빠가 출퇴근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노동환경,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해주는 좋은 돌봄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달라도 함께 어울리며 기다려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전에는 이런 문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아이의 입학이 엄마의 입학이 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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