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12팀 중 9팀 감독이 40대다. 1990~2000년대에 선수로 뛰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스타들이 40대가 된 지금 프로 지도자로 지략 대결을 펼친다. 이들의 ‘절친 관계도’를 알면 클래식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개띠클럽
제주 조성환, 인천 김도훈, 전남 노상래 감독은 1970년생 개띠다. 3팀 다 중위권 전력으로 상위그룹(1~6위) 진입이 1차 목표다. 작년에는 조성환 감독이 웃었다. 제주만 상위그룹에 들고 인천, 전남은 하위그룹으로 떨어졌다. 상하위 그룹을 나누는 마지막 경기에서 제주와 인천의 운명이 갈리기도 했다. 조 감독은 작년 미디어데이 때 영화 ‘친구’의 대사를 빗대 “친구들아, 네가 가라 하위그룹”이라고 말해 폭소를 안겼는데 그 말대로 승자가 됐다. 올 시즌 미디어데이에서도 유쾌한 설전이 오갔다. 김도훈 감독이 “5초 안에 공수전환이 이뤄지는 빠른 축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자 조성환 감독은 “0이 빠진 것 같다(50초)”며 받아 쳤다. 제주와 인천은 13일 1라운드부터 맞붙는다.

돼지띠절친
1971년생 돼지띠 3인방도 있다. 서울 최용수, 상주 조진호, 포항 최진철 감독이다.
최용수, 조진호 감독은 격이 없는 사이다. 최용수 감독은 부산 동래고, 조진호 감독은 대구 대륜고 출신. 둘 다 경상도 축구명문을 나왔고 어린 시절 연령별 대표로 뽑히며 허물없이 지냈다. 청소년 때는 조 감독이 훨씬 유명했는데 성인이 돼서는 최 감독이 더 꽃을 피웠다. 2014년 초, 조 감독이 대전 사령탑일 때 이웅희(28ㆍ상주상무)가 대전에서 서울로 옮겼는데 두 감독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막후에서 이적료를 타결 짓기도 했다. 최진철 감독은 최용수, 조진호 감독과 막역하지는 않다. 최용수 감독은 “최진철 감독과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는다”면서도 “도전적인 최 감독이 올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고 덕담했다.

친한 형님 동생
나이는 달라도 ‘형님’ ‘아우’하며 지내는 감독들도 있다.
수원 서정원(46) 감독은 울산 윤정환(43) 감독과 가깝다. 가족들끼리 식사도 종종 한다. 두 감독 다 ‘범생이’다. 침착하고 합리적이며 여전히 허벅지가 선수들 못지 않게 탄탄할 정도로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윤 감독은 광주 남기일(42) 감독과도 친하다. 광주 금호고 선후배로 기성용(27ㆍ 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 단장의 애제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최진철 감독은 1년 선배 김도훈 감독과 죽이 척척 맞는다. 전북 선수시절 룸메이트였다. 지금의 전북은 최신식 클럽하우스를 갖춘 명문이지만 20여 년 전에는 지방의 이류 구단이었다. 둘은 허름한 숙소와 열악한 훈련장에서 살을 부대끼며 우정을 쌓았다. 최 감독이 작년 17세 이하 대표팀 감독일 때 국내 프로 클럽과 연습경기를 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자 김 감독이 선뜻 인천과 평가전을 주선했다. 예상 외로 17세 이하 팀이 이겼는데 김 감독은 “프로가 청소년에게 져서 9시 뉴스까지 나왔다”며 “그걸 명분 삼아 선수들 군기 한 번 잡았다”고 껄껄 웃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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