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진희 “시대가 중년의 멜로를 원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진희 “시대가 중년의 멜로를 원한다”

입력
2016.03.10 08:00
0 0

“드라마 ‘애인있어요’는 40대 대표하는 작품

살면서 먹을 욕 이번에 다 먹었어요

배우란 평생 배우는 사람… 멋진 중년 되고파”

배우 지진희(45)는 목소리가 좋은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며 "어려서 아버지의 중후한 목소리를 닮으려 흉내도 많이 냈다"며 웃었다. SBS 제공
배우 지진희(45)는 목소리가 좋은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며 "어려서 아버지의 중후한 목소리를 닮으려 흉내도 많이 냈다"며 웃었다. SBS 제공

“스파클링 커핀데 한 번 맛보세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지난달 28일 끝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 인터뷰 차 만난 배우 지진희(45)는 직접 얼음으로 된 커피 원액과 탄산수를 섞은 커피를 만들어 권했다. “호기심이 많다”는 그는 주위에서 엉뚱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좋아하는 흑맥주가 없으면 맥주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마신단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큰 아들을 둔 그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하는 일은 장난감 조립(레고)이다. MBC 사극 ‘대장금’(2003)에서 불의에 맞서 이영애를 지켜주며 반듯한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중년의 사내는 의외로 자유분방했고, 소년 같았다.

그런 지진희는 지난해 “천하에 죽일 놈”이란 욕을 들으며 살았다. ‘애인있어요’에서 조강지처(김현주)를 버리고 대학원생 후배(박한별)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아 치러야 했던 홍역이다. 그는 “살면서 먹을 욕을 이번에 다 먹었다”며 웃었다. ‘국민 불륜남’으로 손가락질 받던 그는 극 후반 이혼한 아내가 기억을 잃고 옛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오자 뜨거운 순애보를 보여줘 다시 여심을 사로 잡았다.

그는 “‘대장금’이 내 30대 대표작이었다면, 아직 40대가 남긴 했지만 ‘애인있어요’는 내 40대를 대표하는 드라마”라고 의미를 뒀다. 지진희는 상대를 지긋하게 바라보는 눈빛과 차분한 저음으로 멜로 연기에 두각을 보였다. 청춘 스타로 주목 받다 중년이 돼서도 화려한 멜로 연기를 선보이는 이정재(44) 정우성(43)과 달리 그는 친숙함을 바탕으로 여심을 파고든다.

미술학도 출신인 지진희는 광고회사에서 상업 사진을 찍는 작가의 “보조”로 일하다 서른 넷에 연기를 시작했다. 지진희는 이 평범함을 치열한 자기 관리로 빛을 냈다. 그는 1년 내내 한 번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 “몸에 지방이 끼면 얼굴 주름이 표현하는 감정까지 흔들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품고 사는 건 “배우는 평생 배우는 사람”이란 말이다. 지진희는 2009년 방송된 KBS2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건축 설계사로 나왔는데,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설계도 그리는 법을 직접 배웠다. 방송에 나온 설계도는 모두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를 최근 끝낸 배우 지진희는 "연기를 못해 욕을 먹어본 적은 했지만, 캐릭터로 이렇게 욕을 먹긴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에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대학원생 후배를 사랑해 '국민 불륜남'이라 불렸다. SBS 제공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를 최근 끝낸 배우 지진희는 "연기를 못해 욕을 먹어본 적은 했지만, 캐릭터로 이렇게 욕을 먹긴 처음"이라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에서 조강지처를 버리고 대학원생 후배를 사랑해 '국민 불륜남'이라 불렸다. SBS 제공

순해 보이지만 속은 당차다. 지진희는 김희애, 김혜자 등이 나온 MBC 드라마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1990) 등을 연출한 스타 PD 황인뢰 감독으로부터 연기자 데뷔 제안을 받았다. 1998년 외환위기가 터져 일하던 사진 스튜디오에서 나가야 할 처지였는데도 그는 “연기의 매력을 1년 안에 알게 해달라”며 황 PD에 호기를 부렸다. 황 PD의 마음을 사로 잡은 당찬 신인은 2000년 황 PD가 연출한 MBC ‘베스트 극장’의 ‘창포 필 무렵’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스크린에선 복수에 나서는 살인청부업자(‘수’·2007) 역을 맡는 등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의 목표는 “마지막 작품이 나의 최고작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연기에도 살이 붙어 계속 성장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다. 특히 중년 멜로에 대한 욕심이 컸다.

“50대가 돼 멜로의 중심에서 밀려날 걱정이요? 크게 안 해요. 사회가 워낙 불안하다 보니 안정적인 중년의 멜로를 찾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이를 위해 멋진 중년으로 남는 게 숙제지만요, 하하하.”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