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1ㆍ넵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홈페이지 자기소개란에 “욕심이 많으며 지고는 못 살고 타인이 잘 하는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성격이다”라고 써 놨다. 그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전인지(5승), 박성현(4승)에 이어 투어에서 가장 많은 승수(3승)를 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KLPGA 평정은 물론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진출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 ‘꿈 많은 골퍼’ 고진영을 인터뷰했다.
-제7대 KLPGA 홍보모델 10인에 선정됐다. 점점 예뻐진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웃음) 필드에 오래 있으면 햇빛에 장시간 노출돼 기미, 주근깨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선 블럭을 열심히 바르고 주2회 정도 마스크 팩을 하고 있다.”
-지난해 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16번홀 더블 보기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그때의 기억이 KLPGA 후반기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나.
“더블보기를 했을 때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배웠던 대회다. 시즌 후반기에는 체력, 정신력, 기술 등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진했던 것 같다. 해외로 이동하고 시차에 적응하면서 시즌을 치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그래도 2015시즌 페어웨이 안착률 1위, 다승 3위, 상금 5위, 평균최저타수 7위 등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전반기 3개 대회에서 우승했고, LPGA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져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100점 만점에 75점 정도 주고 싶다.”
-체력, 정신력, 기술 등 골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선수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복 없이 좋은 경기력을 펼치기 위해선 체력이 뒷받침되는 게 가장 중요할 듯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도, 스윙도 무너질 수 있다. 프로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즌 성적이 갈릴 것이다.”
-베트남 겨울훈련에서 체력관리에 중점을 뒀나.
“지난해 하반기에 체중이 줄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전지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KLPGA도 코스의 전장이 길어지는 추세여서 스윙 교정과 함께 비거리를 늘리는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쇼트 게임 능력도 보완했다.”
- 외동딸로 알고 있다. 지난해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내에서 부모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 부모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나.
“외동딸이다. 부모님께서 애지중지 키워주셨다. 외출할 때에도 자주 전화를 하시는 등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항상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시곤 했다. 아마추어 시절 대회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 그러나 대회장에 데려다 주시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셨다. 매번 그랬다. 편찮으신 것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해 주시지 않아 당시에는 정확히 몰랐다. 대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셨다고 뒤늦게 알게 됐다. 항상 든든한 아버지였는데 당시 많이 힘들어 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부모님의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되도록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
- 김효주, 백규정, 김민선 등 1995년생 동갑내기 골퍼들이다. 특히 김효주는 올해 첫 LPGA 대회였던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아마추어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 덕분에 프로생활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함께 노력했던 친구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나도 기분이 좋다. 더 열심히 해서 LPGA 투어에 진출 해 같이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면 LPGA 진출을 선언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계획은.
“우선 10일 중국에서 열리는 KLPGA 올해 첫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KLPGA도 충실히 소화하되, 기회가 된다면 가능한 많은 LPGA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지난해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을 경험했다. LPGA의 대회장 잔디는 국내와 차이가 있고 많이 까다롭다고 들었다. 때문에 코스의 상태나 대회 분위기 등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향후 LPGA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어떤 골퍼가 되고 싶나.
“줄리 잉스터(56ㆍ미국)와 함께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해놨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날 그와 함께 경기했다. 잉스터는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다. 그의 딸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 그럼에도 비거리가 20대 초반인 나와 비슷했고, 쇼트 게임 능력도 여전히 좋았다. 잉스터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를 했고 지금도 주 3회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들었다. 잉스터처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투어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열정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아울러 잉스터처럼 팬들과도 자주 소통하는 선수이고 싶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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