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尹 은퇴 촉구하며 전면전
“통화 상대 반드시 밝혀내야”
복수의 친박계와 통화 가능성도
김무성측, 긴급 기자회견 검토
공천 개입을 시사한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막말 녹취록 파동으로 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친박계는 9일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선 반면, 비박계는 공천 국면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공세로 전환, 윤 의원의 정계은퇴와 통화상대 정치인의 공개를 요구했다. 윤 의원이 지난달 27일 술에 취해 동료 의원과 통화하며 ‘김무성 죽여버려’‘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버려’ 등의 막말을 퍼부은 사실은 종편 채널A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폭로됐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취중이라도 그런 발언은 잘못됐고 (윤 의원이) 김 대표를 직접 찾아가 사과해야 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김 대표에게 선배 정치인 입장에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당사자인 윤 의원도 사과하기 위해 김 대표를 찾았으나 면담을 거부당했다.
김 대표 측은 윤 의원의 발언이 특정 계파의 공천 개입을 시사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긴급 기자회견과 당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 중이다. 이날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에 친박 실세 의원 2명이 새롭게 등장해 진상 규명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비박계는 윤 의원 발언으로 특정 계파를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종의 시도가 있이 확인됐다고 본다. 비박계 5선 이재오 의원은 “통화한 사람을 밝혀내고 그 이후 공천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윤 의원이) 스스로 정계를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압박했다.
통화 상대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한 명인 김태흠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나도 그날 그 정도 내용으로 전화를 받았다”며 “그런데 저쪽(비박계)에서는 내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윤 의원이 당시 복수의 친박계 인사와 통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살생부, 여론조사 결과 유출에 이은 막말 파동으로 재연된 새누리당 계파 갈등은 윤 의원의 통화 상대가 친박계 핵심이거나 공천관리위원으로 확인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공관위가 10일로 예고한 2차 공천안 발표도 계파 갈등의 불씨다. 현역 의원 누가 낙천 명단에 오르느냐에 따라 공관위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초유의 공천 불복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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