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 업계… “세금 인하분을 할인이라 속여”
개별소비세 소급분 환급과 관련해 수입차 업체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업체들이 허위광고를 했는지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민사소송도 조만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은 9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아우디, 인피니티, 랜드로버 등 수입차 6개사와 각 사 대표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이들 업체가 1월에 판매한 차량 대부분이 지난해 인하된 개소세를 적용 받았음에도 자신들이 할인을 해줬다고 소비자에게 알린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연맹이 밝힌 사기 유형은 작년에 이미 개소세 할인을 받은 차량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할인을 해준다며 판매한 경우, 1월에는 다시 오른 개소세를 회사가 대신 내주지만 2월부터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고지한 경우 등이다. 이정주 연맹 회장은 “제보가 추가로 접수되면 더 많은 업체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3일 정부가 작년 12월 말로 종료된 개소세 인하 조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하고, 올해 판매한 자동차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소급분 환급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수입차들이 개소세 인하분 일부를 편취했다’ ‘1월에 다시 오른 개소세를 대신 내준 것처럼 허위광고를 했다’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위법 행위가 포착되면 즉각 정식 조사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입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숨김 없이 사실을 고지했고, 가격 인하도 적절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집단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바른은 다음주까지 공정위의 조사 여부를 지켜본 뒤 개소세 인하분 환급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위법한 부분을 확인하면 그에 해당하는 사례를 취합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바른은 만약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지 않더라도 다음주까지 모은 위법 사례를 갖고 소송을 시작할 방침이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인하하지 않은 개소세 5%를 적용해 계약을 맺었는데도 환급이 불가하다고 고지한 사례가 여러 건 있다”면서 “다음주 이후 소장을 접수하면서 소송인단 모집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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