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우 배두나와 정지훈(비) 하면 떠오르는 미국 유명 감독이 있다. 영화 ‘매트릭스’ ‘스피드 레이서’ ‘닌자 어쌔신’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의 각본과 연출 혹은 제작에 참여한 워쇼스키 형제 아니 워쇼스키 남매다.
그런데 이제는 남매라는 말도 지워야겠다. 라나 워쇼스키(51)가 지난 2008년 성전환 수술 뒤 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가운데 동생인 앤디 워쇼스키(49) 역시 최근 성전환 수술을 통해 릴리 워쇼스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제 자매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릴리 워쇼스키는 8일(현지시간) 시카고의 한 신문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한 사실을 알리는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충격적 성전환-워쇼스키 형제가 이제 자매가 되었다’는 헤드라인을 지난 1년 동안 기다려왔다”며 “트랜스젠더가 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트랜스젠더는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세상에서 여생을 살아야 하는 힘겨운 현실을 대면하고 있다는 의미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과 사랑을 언급하며 “친구들과 가족에게는 커밍아웃을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거의 다 안다”며 “내 아내와 친구들, 가족들의 사랑과 응원이 없었다면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계속해서 낙관주의자로 남아서 진보를 위한 투쟁에 나를 바치고, 의미 있는 본보기가 되려고 한다”며 의미심장하게 끝맺음을 했다.
워쇼스키 자매는 ‘닌자 어쌔신’에서 정지훈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한국 배경이 삽입된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선 배두나를 주인공으로 기용해 한국 팬들에게는 친숙한 감독들이다. 또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렉스가 제작한 미드 ‘센스8’에서 역시 배두나를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 차 내한했을 때에는 MBC ‘황금어장-모릎팍도사’에 출연해 솔직한 입담으로 박수를 받았다. 라나 워쇼스키는 “어렸을 때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것을 알게 돼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유서를 쓰고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가 오기만 기다렸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는 남자였던 앤디 워쇼스키는 “수술했다고 라나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절대 아니다. 누나는 똑같은 사람이다”며 “누나는 지금 더 행복하고 나도 더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된 사실을 당당히 밝힌 릴리 워쇼스키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성 정세청과 생물학적 신체가 일치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삽시다”(to******), “내적 갈등이 엄청났을 텐데 고통에서 해방된 느낌일 듯”(ar******), “‘매트릭스’를 뛰어 넘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길”(as****) 등의 글을 올렸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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