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에서는 이번 대국에서 나타난 인공지능의 무한한 능력이 인류의 생산방식, 시장구조, 생활양식 등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파고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인공지능과 달리 ‘딥러닝’ 기술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추론 능력을 키우고,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처럼 학습한다는 ‘딥러닝’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진다. 신뢰를 확보한 딥러닝은 앞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우리는 인공지능을 게임 이상에 활용하고 싶다”며 “지능을 분석하고 인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범용 학습 기계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IBM 역시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앞세워 암 치료와 사물인터넷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딥러닝은 빅데이터 분석, 얼굴 인식, 이미지 분류. 공장 자동화 로봇, 무인자동차, 개인비서 등에서 응용되고 있으나 곧 기후예측 등으로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가장 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로 주식거래 등 금융 서비스, 공장 자동화, 건강 관리, 의료 진단 번역, 기사 작성 등을 꼽았다. 인공지능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10년 뒤 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공지능의 혁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 때문에 대량 실업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제 사람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것 아니냐. 엄청난 숫자의 백수가 양산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의 발전 등으로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만 과학계는 인간이 가진 지능 전반에서 기계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주요 사안에 대한 판단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등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보고 있다. 추형석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향후 인공지능 활용의 파급효과가 엄청나겠지만 전 분야를 아우르면서 해결책을 내놓는 만물박사와 같은 인공지능이 출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인간이 힘들어했던 감정노동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에 넘겨주고, 인간은 좀 더 창의적이거나 자발적 동기를 갖고 하는 일에 초점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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