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묘미는 역시 시원한 골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는 ‘특급 킬러’들이 즐비해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최고 관심사는 이동국(37ㆍ전북)과 데얀(35ㆍ서울)이 벌일 득점왕 전쟁이다. 둘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득점왕 타이틀을 양분했다. 2009년 이동국이 29경기에서 21골을 뽑아내 14골의 데얀을 따돌리고 득점왕에 올랐다. 2010년에는 이동국이 12골(득점 11위), 데얀이 13골(4위)로 둘 다 주춤했다. 2011년부터 데얀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다. 30경기에서 24골을 터뜨리며 2위 이동국(29경기 16골)을 크게 따돌렸다. 2012년이 득점왕 경쟁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동국은 40경기에서 26골을 작렬하며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뛰는 이동국 위에 나는 데얀’이 있었다. 데얀은 42경기 31골이라는 믿지 못할 기록으로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K리그 사상 처음으로 30골을 돌파했고 이 기록은 여전히 한 시즌 최다 득점으로 남아있다.
데얀은 2013년에도 19골로 득점 1위에 올라 K리그 최초 3년 연속 득점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2014년 중국으로 떠났던 데얀이 올 시즌 친정 팀 서울로 복귀하며 이동국과 또 한 번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과 전북에 데얀과 이동국만 있는 게 아니다.
아드리아노(29ㆍ서울)와 김신욱(28ㆍ전북)도 호시탐탐 득점왕을 노린다. 아드리아노는 클래식 개막에 앞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경기에서 7골을 쓸어 담았다. 작년 득점왕 김신욱(18골)도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김신욱과 이동국, 데얀과 아드리아노는 팀 승리를 위해 협력하면서도 득점 경쟁은 이어가야 하는 묘한 관계다.
‘젊은 피’ 황의조(24ㆍ성남)도 다크호스다. 장신이면서도 유연성과 슈팅 감각 등 대형 공격수로 성장할 자질을 고루 갖췄다. 작년 15골을 기록한 그는 “올해는 작년 이상 골을 넣겠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다졌다.
‘와신상담’ 정조국(32ㆍ광주)은 부활을 꿈꾼다.
그는 한때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슈팅 순간의 임팩트에 관해서는 정조국을 따라갈 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작년에는 서울에서 교체 요원으로 고작 11경기 1골 1도움에 그쳤다. 올 시즌 앞두고 9년을 함께 한 서울을 떠나 중하위권인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만 서른 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모험을 택한 배경 중 하나는 아들 태하(6) 군이다. 평소 아들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한데 하루는 태하가 “아빠는 왜 안 뛰냐”고 물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한 정조국은 “올 시즌 저와 광주를 꼭 주목해달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