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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단원고 기억교실, 대타협 이끌어낸 종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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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단원고 기억교실, 대타협 이끌어낸 종교계

입력
2016.03.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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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 전만해도 완충지대는 보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듯한 전운 감도는 배움터였다. 권위를 가진 중재자도 없었고 교육계도 정치권도 ‘실종’ 상태였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쓰던 ‘기억교실’10칸의 존치 여부를 두고 갈등이 일었던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얘기다.

2년여의 삶을 힘겹게 버텨온 유가족들은 아들, 딸의 채취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교실마저 일방적으로 치우라는 사회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세월호특별법, 여당 추천 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밝혀 두 동강난 4ㆍ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 그들에겐 무엇 하나 규명된 게 없는 무기력한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단원고 재학생들에게만 무작정 희생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입을 코앞에 둔 3학년, 지난 1년여를 혼란 속에서 보낸 2학년,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는 신입생들과 그 부모들의 속앓이를 더는 모른 채 할 수만은 없었다.

벼랑에 내몰린 마지막 순간 중재에 나선 건 종교계였다. 사회적 갈등에 적극 개입하다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종교계 공식 연대협력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조정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부터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간 세 차례 만남을 주선, 8일 세월호 정국 이래 보기 드문 대 타협을 이끌어냈다.

종교계는 교실을 재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성난 학부모들을 잠재웠고 유가족들의 찢겨진 마음을 어루만졌다. 우리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마지막 남은 기억의 현장을 역사 속 교훈으로 두고두고 저장해야 한다는 설득으로 유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극한 대치의 고비에서 종교계가 모처럼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대승적 결단을 내린 희생자,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이제 우리 사회가 할 일은 그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재학생 학부모들과 뜻을 모아 채택한 제안서 내용이 실현되도록 돕는 데 있다. ‘영원히 기억하며 교육을 바꾸고, 진실 규명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아직 늦지 않았다.
gija@hankookilbo.com

유명식 전국부 기자
유명식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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