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대전 예지중ㆍ고 사태가 법적 다툼으로 비화했다.
학교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박규선 교장이 학생들을 고소하고, 정상화추진위와 교직원 등이 맞대응을 선언했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교육청은 권한이 없다며 사태 해결에 여전히 소극적이어서 학사 파행이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9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박 교장은 지난 주 예지중ㆍ고 학생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지난 2일 이 학교 재학생 A씨 등 4명이 교장실과 이사장실의 문을 자물쇠로 채워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 교장은 고소장 접수 직후 경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의 진술도 했다.
피고소인이 된 학생 4명은 지난 8일 저녁 늦게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날 경찰서에는 동료 학생 등 30여명이 몰려 박 교장의 고소에 대해 항의 했다.
박 교장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학교 재학생으로 꾸려진 학교정상화추진위는 박 교장이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파행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상화추진위 관계자는 “사과와 함께 물러난다고 한 교장이 갑자기 학생들을 경찰에 고소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앞에선 반성하는 척하고 뒤에서 제자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정상화추진위와 일부 교직원 등은 박 교장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키로 했다. 일단 지난달 24일 이사회 당시 학교에서 정상화추진위의 대화 내용 등을 몰래 녹취ㆍ녹화한 것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급여의 70%만 지급한 것에 대해 노동청 등 관계 기관에 진정키로 했다. 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일부 교사에게 모욕을 준 것 등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다수의 교사들도 이제 교장은 물론, 이사진 퇴진에 대해 의견을 모아 서명까지 한 상태”라며 “교사에게 갑질을 하고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한 박 교장의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교육청은 예지중ㆍ고 사태가 법적 다툼까지 번지며 파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단과 학생 간에 벌어지는 일을 교육청에서 관여하고,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일단 25일까지 징계 시한을 정해준 만큼 이후 결과에 따라 학교 정상화를 위한 방향을 다시 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교원에게 금품 상납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갑질 행태로 물의를 빚자 지난 달 18일 사과와 함께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재단 이사장과 이사, 학교장 등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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