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ㆍ케리 전화로 한반도 정세 논의
왕 부장 10일 방러… 공조 강화할 듯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장과 케리 장관이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한 뒤 “현재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매우 긴장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 상호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훙 대변인이 사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왕 부장은 그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자국의 전략적 안전이익 훼손을 거론해왔다.
중국은 러시아와 사드 배치 반대 공조를 강화할 것임도 시사했다. 훙 대변인은 “왕 부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요청으로 10∼11일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인 중러는 관심있는 국제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국제ㆍ지역 평화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러 양국은 지난 4일 모스크바에서 ‘중러 동북아안전협상’을 갖고 사드 배치에 대한 엄중한 우려와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왕 부장의 이번 방러는 사드 반대와 6자회담 재개를 매개로 한 양국 공조행보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왕 부장이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며 냉정ㆍ자제를 촉구한 것을 두고 최근 시작된 한미 양국의 대규모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왕 부장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추진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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