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전에 넋을 잃고 공룡알빵에 미소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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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에 넋을 잃고 공룡알빵에 미소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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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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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음식문화를 지닌 호남의 중심답게 광주는 황홀한 맛의 도시다.

몇 달 전 광주의 친구가 서울에 왔을 때다. 나름 대접을 한다고 회사 근처 북창동의 맛집으로 안내했다. 여러 음식이 차려졌는데도 친구의 젓가락질에선 흥이 나지 않았다. 나름 유명한 곳이라 하자 친구는 “뭐 별로”라며 퉁명스럽게 받았다. 광주의 맛에 잔뜩 기죽었던 날이다.

광주는 얼마나 맛있길래 하며 한참을 벼르다 마침내 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광주도 뭐 별 것 없는데”라며 겸손을 떨고는 백운동의 해남성내식당이란 곳으로 데려갔다. 해남에서 꽤 유명한 고기전문 식당인데 광주까지 진출하게 된 곳이란다.

해남성내식당 생고기.

생고기 한 접시가 나왔다. 국내산 최상급 한우 암소만을 쓴다고. 마늘과 참기름이 듬뿍 들어간 쌈장을 찍어 입에 넣으니 생고기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나도 짐짓 거만을 떨고 싶었지만 저절로 벌어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었다. 접시는 금세 비워졌고, 다음엔 이 집의 하이라이트 샤브샤브가 나왔다. 육수는 뜻밖에도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국물이다. 여기에 쇠고기 부챗살을 살짝 데쳐 먹는 것. 다른 샤브샤브와 다른 건 생고기라 조금 두꺼운데 그래서 더 쫄깃거린다. 반찬으로 나온 김장아찌, 입가심으로 나오는 김냉국도 이 집의 별미다. (062)672-5123

양동시장 하나분식 장터국밥.

친구는 헤어지기 전 양동시장에 들러보라고 권했다. 광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광주 맛의 원천이기도 하다. 양동시장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러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웠다는 국밥집이 있다. 시장 초입의 하나분식이다. 장터국밥을 시키니 담백한 국물에 머릿고기와 내장이 한 가득 담겨 나왔다. 보는 것 만으로도 든든했다. 저절로 소주를 부르는 국밥 국물을 들이키고 있을 때 옆자리에 사내 둘이 털썩 주저앉았다. 바빴는지 오후 늦도록 끼니를 때우지 못했나 보다. 그들도 국밥 한그릇으로 수고로움을 달랬다. 시장엔 양동통닭 등 유명 통닭집들도 있다.

광주 하면 육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충장로의 대광식당이 광주 육전을 대표한다고 해 들렸다. 고깃집답지 않게 외관과 인테리어가 세련됐다. 손님 식탁에서 직원이 직접 전을 부쳐준다. 쇠고기 아롱사태 얇게 저민 것을 찹쌀가루를 묻혀선 달걀옷을 입혀 기름 두른 팬에 지져낸다.

정성스레 전을 뒤집던 직원은 처음엔 곡물소금을 찍어 먹어보라고 했다. 간을 한 육전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다음엔 대파의 흰 부분만을 쓴 파절이와 함께 먹으라 권한다. 또 다른 맛이었다. 세 번째는 상추에 싸서 먹어보란다. “무슨 육전을 쌈 싸먹냐 하지만 드셔보세요. 궁합이 잘 맞아요.” 정말 그랬다. 직원은 “다음 네 번째는~” 하고 뜸을 들이더니 “1,2,3번 중 제일 입맛에 맞는 방법으로 드시면 돼요”하곤 웃었다.

직원 말에 따르면 이 집의 육전은 80년대에 개발됐다고. 처음엔 다른 메뉴를 팔았는데 단골들에게 서비스 안주로 육전을 부쳐주니 이게 더 맛있다고 해 본 메뉴가 바뀌었다고 한다. 우연찮게 시작한 메뉴가 이젠 광주 전체를 대표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키조개 전복 새조개 대구살 등 해산물 전도 있다. (062)226-3939

대광식당에서 배를 불리고 난 뒤 나비파이와 공룡알빵을 사러 인근 궁전제과로 갔다. 40여년 역사의 광주 대표 빵집이다. 공룡알빵은 바게트의 속을 파낸 뒤 감자 달걀 등이 버무려진 샐러드를 꽉 채워놓은 빵이다. 외양이 공룡알을 닮았다고 해 이름이 붙었다. 나비파이는 나비날개처럼 겹겹이 붙은 얇은 층을 하나씩 떼어먹는 재미가 있다. (062)222-3477

송정떡갈비 골목

광주의 대표 먹거리촌으론 KTX 광주송정역 앞의 송정떡갈비 골목과, 오리탕으로 유명한 유동 오리의 거리, 웰빙 비빔밤인 무등산 보리밥 거리 등이 있고 동곡동의 꽃게장 거리도 유명하다.

광주=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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