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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에 혈안…'금리절벽' 해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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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중금리 대출 상품 확대에 혈안…'금리절벽' 해소할까

입력
2016.03.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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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금융사들이 중금리 대출상품의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왔던 '금리 절벽'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 신용대출은 연 3∼5%대의 은행권 대출과 연 15∼34.9%의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대출로 양분돼 있어 그 중간대 금리, 즉 10%대의 중금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빗대서 '금리 절벽'이라고 하는데, 신용도가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고금리로 내몰아 금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배경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금융권의 상황과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Fintech)의 대중화를 들 수 있다.

■ 금리 사각지대로 몰린 중신용자

그동안 정부는 금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2012~2015년 사이에 개인신용대출의 총 규모는 223조원에서 258조원으로 증가했으나, 4~7등급의 중신용자 대출 규모는 85조8,000억원에서 85조1,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체 금융소비자 1,498만명 가운데 1~3등급이 534만명, 4~7등급이 698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신용자들은 '금리 절벽' 앞에서 저신용자들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상호금융권은 담보대출 중심의 안정적 영업방식을 지향해 신용대출에 소극적이었고, 여신전문금융권과 저축은행 등은 비용구조 때문에 고금리 위주의 영업에 치중했다.

■ 중금리 대출 활성화된 까닭은

그동안 중금리 대출을 우습게 보던 금융권에서 이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되면서 23년 만에 새 은행이 출현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 대출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본인가를 받고나면 앞으로 3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1조원 넘는 규모의 시장에서 고객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셈이다.

특히 지난 3일 대부업 최고 금리 한도를 연 34.9%에서 27.9%로 낮춘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의 저신용자에게 20% 후반~30%대에 달하는 고금리를 대출해 오던 대부업계와 계열 저축은행들은 고객을 잃을 위기에 놓여 중금리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핀테크의 대중화도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재무정보에 의존하는 기존의 신용평가로는 대출받기 어려운 계층에도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금리 대출에 활용되는 빅데이터 기술은 '스크래핑'으로 불린다. 개인의 동의를 얻어 카드 사용 내역이나 통신 이용내역, 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를 결정하는 기술이다. 이용자의 SNS까지 포함하면 소비 외에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 중금리 대출 상품 속속 등장

▲ 주요 금융기관 중금리 대출 상품 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과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28일 카드업계 최초로 금리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인 '생활든든론'을 출시했다.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연 7.5~14.91%에서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상품이다.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대출금 10억원의 실적을 냈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보험업계 최초로 핀테크에 기반을 둔 중금리 대출인 '한화 스마트 신용대출'을 내놨다. 신용등급 4∼7등급의 일반법인 직장인이나 개인사업자까지 대상을 넓히고,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저축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가장 입소문이 난 상품은 SBI저축은행의 모바일 중금리 상품인 '사이다'다. 작년 말 출시한 후 지난 7일까지 누적대출 280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1,300만원을 대출했고, 건수는 2,200건에 이른다. 인기의 비결은 대출금리가 양호한 데다 한도도 꽤 높다는 데 있다. 이 상품 금리는 6.9~13.5%로, 최대 대출 한도는 3,000만원이다.

대부업체의 최고금리가 낮아지고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두드리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저축은행 업계에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여부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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