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이렇게 완벽한 바둑을 둘지 몰랐다. 너무 놀랐다.”
9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진 세계 최정상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은 첫 경기를 마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향후 대국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은 오후 5시40분쯤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실버 박사와 함께 국ㆍ내외 기자 200여명이 모인 회견장에 들어섰다. 침통한 표정으로 등장한 그는 처음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떨리는 목소리였으나 이후 의연하게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이세돌 9단은 이날 경기에 대해 “아쉽다”며 “초반의 실수가 끝까지 이어진 게 패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익숙지 않은 상대를 만나 이세돌 답지 않은 수를 둔 것이 전체 흐름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국 현장에서 공개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이 “알파고의 승리 비결은 전혀 인간 같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하자 크게 공감한 듯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지난해 10월 알파고에 패한 판 후이 2단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세계 대회에서도 여러 번 우승하는 등 실전 경험이 다르다”며 “첫 번째 경기에서 졌다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이지 않냐”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세돌 9단은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초반에 악수만 두지 않는다면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오늘은 포석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내일부터) 그런 점만 고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경기 중간 알파고가 수읽기에 자신이 없다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를 두기도 했는데, 여기서 당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오늘 졌기 때문에 이제 승률은 50대 50”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5전 전승을 낙관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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