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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R&D도 줄여 "당장의 생존이 급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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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 R&D도 줄여 "당장의 생존이 급할 정도"

입력
2016.03.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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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주형환(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0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30대 그룹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지난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R&D 투자액수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 보다는 당장의 생존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122조7,000억원에 달하는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지난해(116조6,000억원)보다 5.2% 늘었으나 R&D 투자는 31조8,000억원으로, 불과 1,000억원(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90조9,000억원은 시설 투자액으로 작년보다 7.1%(6조원) 늘었다.

경제 여건이 만만하지 않지만 30대 그룹 중 투자를 늘리는 그룹은 18곳에 달한다.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그룹이 3곳, 투자를 줄이겠다는 그룹은 9곳이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그룹은 1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은 2018년까지 평택 반도체단지 건설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현대차그룹도 2018년까지 친환경ㆍ스마트차량 개발에 13조3,000억원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LG그룹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시설 확장을 위해 2018년까지 10조원,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 202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한다. SK그룹은 올해에만 하이닉스 반도체 설비투자로 5조4,000억원, 텔레콤 망 투자에 1조3,000억원, 브로드밴드 인프라 투자에 6,500억원 등 총 7조3,5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 외 롯데그룹은 맥주공장 설립을 위해 2,600억원을, 신세계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2020년까지 2,700억원을, CJ그룹은 콘텐츠 사업을 위해 올해에만 6,7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전체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증가분은 대부분 시설 투자에 집중돼 있다.

반면 R&D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2010년 20조8,000억원, 2011년 22조5,000억원, 2012년 26조2,000억원, 2014년 32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31조7,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R&D 투자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인데, R&D 투자가 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당장 버티는 데 급급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부가 R&D 관련 세제 지원을 축소한 것도 이런 투자 정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비과세ㆍ감면 정비 정책으로 법인세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대기업에 대한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10%에서 3%로 축소했었다. 때문에 경제단체들은 R&D 활성화를 위해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30대 그룹의 80%는 올해 전반적인 경영여건이 작년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은 수출부진(30.0%), 채산성 악화(20.0%), 금리ㆍ환율변동(20.0%) 등이 꼽혔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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