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최소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피해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망 피해자가 총 68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1994~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손상을 입은 것으로 의심된 374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 중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의 인과관계가 확실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은 117명이었으며, ‘가능성이 높음’은 34명, ‘가능성 있음’은 38명, 그리고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이가 140명이었다. 나머지 45명은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가 확실한 117명 중 절반이 넘는 60명은 0~4세 어린이였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총 68명이었다. 이중 인과관계가 확실한 사람은 50명, ‘가능성 높음’이 12명, ‘가능성 있음’이 6명이었다. 최소 50명 이상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다는 얘기다.
사망자 연령별로는 5~20세(30명)가 가장 많았고, 20세 이상(21명), 4세 이하(16명) 순이었다. 반면 인과관계가 있는 이들 중 치사율은 4세 이하 어린이가 53%로 가장 높았고, 5~20세와 20세 이상은 각각 45%, 23%였다.
백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피해자 중에는 1주일에 7일 모두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하루에 11시간 이상 쓴 사람이 많았다”며 “장시간 사용한 사람보다는 단시간이라도 집중적으로 쓴 사람의 피해가 컸고, 특히 가습기 살균제의 첫 노출이 4세 이전일 경우 사망에 이른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됐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특정 화학물질이 폐 조직을 딱딱하게 굳히는 ‘폐 섬유화’를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현재 해당 제품은 시중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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