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박빙 승부에 유튜브 시청만 8만5000명
알파고, 중반 '승부수' 한 방으로 판세 뒤집어
이세돌 스승 "알파고가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한 열기는 예상만큼 뜨거웠다. 대국 시작 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인류와 인공지능의 결전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오전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는 이세돌과 알파고가 상위권을 점령했다. 구글이 이번 대국을 생중계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은 경기 시작 당시 6만 여명이 시청한 것을 시작으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경기 중반에는 8만5,000여명을 넘어섰다.
대국장 내 분위기 역시 초반부터 더욱 달아올랐다.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외신 기자 100여명을 비롯해 총 300여명의 취재진이 대국장을 찾았다. 유명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박원순 서울시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창호 9단 등은 귀빈실에 자리 잡고 이세돌 9단의 대결을 응원했다. 김종인 대표는 “바둑은 답답해서 한번도 둬 본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창호 9단 역시 “이세돌 9단이 유리할 것 같다”고 승리를 예상했다.
이날 경기는 포시즌스호텔 6층에 각각 영어와 한국어 해설을 하는 두 개의 중계실을 두고 생중계됐다. 현장에서 한국어 해설은 김성룡 9단과 아마 6단인 이소용 캐스터가 진행했고 영어 해설은 서양인 중 유일한 프로9단인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이 맡았다.
경기 초반 정석대로 둔 알파고를 상대로 이 9단이 변칙적인 수로 대응하며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자 장내 분위기는 여유가 넘쳤다. 해설진은 “알파고가 생각보다 발전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며 알파고가 예상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자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오히려 이 9단을 압박해가자 농담을 섞어가며 진행하던 해설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해설을 맡은 김 9단은 “판 후이와 대국 때는 판 후이 실력만큼 뒀는데 지금은 이세돌 실력만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까지 충격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어 결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9단 역시 알파고를 얕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 경기장을 찾은 이세돌의 스승 권갑용 8단 역시 “알파고가 생각보다 너무 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파고가 104수에서 악수를 두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해설진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바둑으로 치면 ‘돌의 체면을 못 세웠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프로라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인공지능이 버그를 일으킨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경기가 막바지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승패를 결정하기 위해 집을 세던 해설진이 “알파고가 이긴 것 같다”고 하자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얼어붙었다. 결국 186수만에 이세돌 9단이 바둑돌을 던지며 패배를 인정하자 대국장을 찾은 이들 모두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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