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 지면을 통해 시중에서 말하는 ‘Dutch coffee’ 표현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용어가 네덜란드 사람이 마시는 커피도 아니고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표현도 아니며 알고 보면 일본의 회사 직원이 ‘냉침수 추출 커피’ 도구를 홍보하면서 만들어 낸 ‘일본식 용어’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영어에 ‘cold-brew coffee’나 ‘cold-brewed coffee’ 같은 정통 표현이 있고 냉침 녹차나 냉침 홍차가 있는 것처럼 커피 또한 ‘냉침 커피’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 회사가 사용한 Dutch라는 말이 영어에서 쓰일 때 어떤 어감을 갖는지 제대로 된 정황도 모른 채 국립 국어원에서 ‘더치 커피’를 외래어로 인정한 것은 답답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네덜란드 호칭은 영어권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혼동하는 부분이다. 공식 명칭은 ‘the Netherlands’이고 별칭이 Holland이며 구어체에서 네덜란드 사람이나 그 언어를 Dutch라고 말한다. 지금의 네덜란드는 독립을 통해 ‘네덜란드 연방 공화국’이 된 1588년부터 1851년까지 무역을 통한 해외 진출로 세계 제일의 무역국이 되었다. 이후 전 세계에 상당한 식민지 확장을 하다가 영국과 전쟁을 치르고 프랑스에 밀리면서 새로운 네덜란드 왕국이 탄생하게 된다. 즉, 부흥기였던 16세기 말부터 18세기 말까지 Holland라는 명칭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1840년 Holland가 South와 North로 분할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신들 명칭으로 Holland를 쓰는 것은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지금의 국가 명칭에도 불구하고 ‘조선’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Netherlands처럼 복수형이 쓰이는 것은 각 지역이 완전히 통합되기 이전을 의미한다. Holland를 중국에서 유사하게 부르게 된 ‘화란’이라는 명칭도 있다. 그러나 영어 표현 중에 Dutch가 들어간 것 치고 긍정적이거나 호감 가는 표현은 드물다. 17세기 영국과 영역 확장 전쟁을 하면서 생긴 반감이 영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Dutch를 독일(Deutsch, 도이취) 표현과 혼동해서도 안되지만 Dutch로 이어지는 관련 표현의 사용에도 유의해야 한다. ‘Dutch courage’는 ‘술김에 내는 용기’를 의미하고, ‘Dutch comfort’는 은근히 약 오르게 하는 위로를 의미한다. Dutch defense는 ‘항복’을 의미하고 ‘Dutch uncle’은 ‘엄한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엉터리 표현 중 하나인 Dutch pay는 ‘Dutch treatment’를 잘못 이해한 일본식 영어에서 유래한다. 이 역시 ‘각자 지불하는 것’을 의미하여 부정적인 어감을 준다. ‘The Dutch act’는 네덜란드인의 행위로 해석되지만 Dutch route과 더불어 모두 ‘자살’을 의미하며 원샷처럼 술을 마시는 것을 Dutch drink라고 부르기도 한다. 네덜란드계 미국인들은 Hollander, Netherlander라는 호칭을 선호하고 Dutch가 사용되는 비중을 보면 비호감 사례가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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