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 이 9단의 바둑 스승은 이 9단의 승리를 낙관했다.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장엔 이 9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의 모습이 포착됐다. 5세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처음 접한 이 9단은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 2~5학년 권 8단의 도장으로 매일 ‘등교’했다. 권 8단의 도장 출신으로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해 박정환 9단, 원성진 9단 등 국내 최고 프로기사들이 즐비하다. 권 8단은 이날 한국일보에게 “이 9단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찾았다”고 밝혔다.
권 8단은 이번 승부가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 “이세돌답다”고 평했다. 권 8단은 “제자인 이세돌의 판단력과 승부욕에 대해서는 스승이지만 존경심이 들 정도”라며 “이런 역사적인 대국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승부를 즐기는 이세돌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 8단은 이세돌 9단의 승부욕은 어린 시절부터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권 8단은 “어릴 적부터 자신보다 몇 단이나 높은 프로들과 연습하다 보니 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승부에서 지게 되면 속이 상해 아예 밥을 안 먹고 연습하곤 했다”고 말했다.
권 8단은 이번 승부의 결과에 대해선 이 9단의 승리를 점쳤다. 어릴 적부터 창의적인 수로 유명했던 이 9단의 특성상 아직은 인공지능이 이 9단의 수를 읽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게 권 8단의 판단이다. 권 8단은 “승부는 5대0으로 이세돌의 완승이 될 것”이라며 “경우의 수가 워낙 많은 게 바둑인데 이 9단이 워낙 변칙적인 수를 즐겨 둬 알파고로서도 혼란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8단은 “5개월간 변화가 있었겠지만 판후이와의 대국 때 기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권 8단은 “이 9단과 두는 상대는 이세돌의 기에 눌리는 경우가 많은데 기계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않는다”며 “이 9단 역시 알파고의 기세를 읽지 못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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