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 행세를 하며 축의금을 훔친 8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1월말부터 두 달간 서울시내 예식장을 돌아다니며 11차례에 걸쳐 축의금 240만원을 훔친 혐의(절도)로 황모(83)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예식장에서 축의금 55만원을 훔쳤다. 황씨는 접수대 주위를 서성이다가 하객이 몰려 혼잡해지면 혼주의 친인척인 척 하객들에게 접근해 ‘대신 전달해주겠다’며 봉투를 가로챘다. 황씨는 또한 축의금을 잘못 냈다며 가짜 축의금 봉투를 가져와 다른 봉투와 바꾸기도 했다. 그는 봉투를 훔치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현금만 챙기고 봉투는 변기에 버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축의금을 훔치면서도 식권을 받아 대담하게 식사를 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황씨는 동종전과 18범의 상습 절도범으로, 이미 40년 전부터 축의금 절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황씨는 지난해 3월 4일까지도 절도로 징역을 살고 출소했으나 마땅한 직업이 없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축의금에 손을 댔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는 혼주가 결혼식 후 축의금을 정산할 때 실제 방문한 하객들의 축의금 봉투가 없어도 친분 때문에 물어볼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며 “축의금 접수는 믿을만한 사람 최소 3명 이상이 같이 맡고 접수대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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