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 걸렸으나 치료비 없어… 교육지원금 때문에 들통
12년 전 사건, 공소시효 지나 처벌 어려워
12년 전 입양한 아들이 병에 걸리자 서울행 열차에 두고 내린 비정한 아버지가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입양한 2살배기 아들을 기차에 태워 유기한 A(55)씨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로 13년 만에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2003년 12월 22일 모야모야병(소아뇌중증)에 걸린 아들(당시 2세)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익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아들과 함께 탑승한 뒤 영등포역에 도착하자 아들만 버리고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들을 입양하고 나서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의 치료비가 점차 불어나자 “치료비가 부담돼 아들을 버렸고, 지금까지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A씨의 범행은 면사무소 사회복지담당 직원의 신고로 드러났다. 아들을 유기한 이후 다문화 가정을 꾸린 A씨는 슬하에 둔 세 자녀의 교육지원금을 신청하러 면사무소에 갔다가 호적상 아이가 4명인데 3명의 교육지원금만 신청한 것을 수상히 여긴 면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16살이 됐을 피해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서 2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인 과정에서 A씨가 12년 전 병든 아이를 열차에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또 당시 아들은 철도청 직원들에 의해 발견돼 서울의 한 아동복지원으로 옮겨졌으며, 그는 현재 복지원 내에 있는 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었다. 이 학생은 제때 모야모야병을 치료받지 못해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죄질이 안 좋은 범죄이지만 아쉽게도 이미 공소시효 7년이 지나 A씨를 처벌하지는 못하게 됐다”며“A씨가 아들을 유기한 후에도 아들에게 나오는 교육지원금을 가로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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