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독자 제재안 발표
北 거친 외국배도 6개월 입항 불허
레이더로 감시 함정까지 동원 차단
작년 北 거친 선박 싣고 내린 물품
北-中 교역 규모의 1%에도 못 미쳐
실효성보다는 심리적 압박 효과
정부가 8일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는 북한을 옥죄기 위한 포위망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제제대상(개인 40명, 단체 30개)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독자제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해운통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마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보다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기존 대북제재와 보조를 맞추고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려는 상징적 조치의 성격이 강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을 거친 제3국 선박에 대해 180일(6개월)간 국내 입항을 금지한 부분이다. 2010년 5ㆍ24조치로 북한 선박은 이미 국내 입항이나 영해 통과를 할 수 없는데 여기에 더해 외국 선박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북한을 경유한 모든 외국 선박에 대해 화물검사를 의무화하면서도 금지품목을 실은 경우만 우리 영해 진입을 불허한 것에 비해 한발 더 나아갔다. 때문에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개인, 단체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사실상 유사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군과 해경까지 동원해 북한 출입 선박들을 레이더로 감시한 뒤, 문제의 선박들이 우리 영해로 진입할 경우 함정을 동원해 차단하는 실질적 조치도 준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처럼 대북 해운통제를 강하게 하는 건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독자제재의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 66척이 104차례에 걸쳐 국내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들 선박은 철강, 잡화 등 78만 톤을 인천, 포항, 당진을 비롯한 국내 항구에서 싣고 내렸다. 지난주 국제시장의 철광석 가격(톤당 60달러)을 적용해 78만 톤을 돈으로 환산하면 4,680만 달러로, 지난해 북한과 중국간 교역규모(54억3,000만 달러)의 1%에도 못 미친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북한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제3국 선박이 많지 않아도, 180일이라는 장기간 국내 입항을 금지시키면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선박은 통상 6개월 이상 운송계약으로 운영된다”면서 “외국 선사들이 한국에 취항하려면 북한과는 계약을 끊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통제가 경제적으로 북한을 얼마나 압박할지는 불투명하지만, 대북제재를 우리 정부가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효과를 기대하는 해운통제와 달리 대북 금융제재는 주의환기 차원이다. 북한의 개인, 단체가 국내와 직접 거래할 리 만무한데다 차명계좌는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주로 계좌를 개설하는 중국의 동참이 관건이다. 지난 2일 북한의 개인 12명과 단체 5개를 블랙리스트(제재명단)에 올린 미국 등 관련국과 협조해 얼마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이외에 정부가 북한의 해외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수출입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북한과 연관된 모든 틈새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해외식당 수입은 연간 1,000만 달러(약 120억원), 5ㆍ24조치 이후 5년 여간 적발된 위장반입은 71건에 불과하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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