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가 3월 8일 108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했지만, 여권이 보장됐다고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유엔 산하 기구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행한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격차를 좁히기 위해 7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밝혔다. 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에 남편 성 따르기, 100일간의 여성 재혼 금지 조항 등 여러 성차별적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세계 여성의 날 하루 전인 7일(이하 현지시간) ILO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 평균임금의 77%에 머물고 있다. 전세계 남성 취업률이 72%인 반면 여성은 46%만이 취업하고 있다. 남성 취업률과 여성 취업률의 격차는 지난 20년간 불과 0.6%포인트 줄었다.
ILO 전문가들은 대다수의 여성들이 가사노동과 육아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을 얻기 어렵거나 얻더라도 불안정한 직업을 얻는 데 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금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에 여성들의 교육수준은 향상됐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일본의 여성 차별 문제를 심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합의가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충분히 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일본 내 다른 성차별적 요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이 결혼할 때 남성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부 동성 규정, 여성이 이혼 후 재혼이 가능할 때까지 100일 동안 기다려야 하는 재혼금지기간 규정 등이 문제가 됐다.
이 보고서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성폭력을 조장하는 포르노, 잡지, 게임, 애니메이션의 생산ㆍ유통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과 임신이나 출산으로 직장에서 차별받는 여성을 구제하는 사법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일본 사회에 남은 봉건주의적 전통이 여권의 신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에는 각국의 주요 정치가들과 여성운동가들이 여성 인권을 더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성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미래는 더 밝아지고 평화로워지며 번영할 것이다”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세계 여성의 날’ 해시태그와 함께 여성이 스스로의 삶을 완전히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트윗을 올렸다. 연기자이자 유엔 여성 친선대사인 에마 왓슨은 미국 주간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페미나치’라고 불러도 좋다. 그런 말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옳은 일을 할 것이고 옳은 일들이 일어나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여성의 날 행사에서 “여성은 무엇보다도 어머니다. 가족이 보호되지 않으면 여성성도 없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에도 여성들이 최소한 3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산아제한을 ‘배신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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