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여한 개인 40명과 단체 30곳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명단에는 남북대화 및 교류 등 대남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도 포함됐다. 대화나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제재와 압박 위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금융제재 대상은 김영철을 비롯해 WMD 무기 개발과 자금 조달 업무에 관련된 인물 38명, 단체 24곳과 이 같은 북한의 활동을 우회 지원하는 제3국(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개인 2명과 단체 6곳이다. 정부가 북한 인사와 단체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한국 금융기관 및 개인과 금융ㆍ외환 거래가 금지되고, 한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우리 국민이 제재 대상과 금융 거래를 할 경우, 외환관리 법령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이 가해진다. 다만 이들이 그간 우리 금융기관이나 개인과 거래가 없었던 만큼 상징적 조치 성격이 더 커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제재 대상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낙인효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은 180일 동안 국내 입항이 전면 금지되는 등 해운 통제도 강화된다. 군 당국은 원거리 레이더망으로 북한 출입 선박들을 정밀 감시하고,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이들 선박에 대해 해경과 합동작전을 펼쳐 공해상으로 퇴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한에 들렀다가 국내 항만에 들어온 제3국 선박은 지난해 기준 총 66척으로 104회 입항했다. 철강 잡화 등을 수송하는 중국 러시아 선박들이 주요 대상으로, 정부는 이들이 북한과의 거래 중단에 나설 경우 북한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북 해운 제재에 따라 남북한과 러시아 3국의 물류협력사업인 나진-하산프로젝트는 사실상 백지화 됐다. 다만 정부는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 경우 사업 재개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밖에도 정부는 해산물 및 의류 등 북한산 물품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반입되는 걸 막기 위해 원산지 확인 조치 등 감독 기능도 강화하고, WMD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감시대상품목(watch-list)도 새로 작성키로 했다. 북한의 해외식당 등 영리시설 이용자제를 당부하는 활동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막을 근거는 없는 만큼 국민들 애국심에 호소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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