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여성주의 학생 교지 ‘석순’
학내 비하 모아 대자보 붙여
“일부 교수 사회 편견 부추겨” 비판
“우리 여학생들이 긴 머리가 있으면 뒤로 넘기잖아. 그때 머리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너 여자애처럼 애교도 좀 부리고 다소곳하게 좀 해봐”, “요즘 여자애들은 담배 피던데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담배 피면 안돼. 여자애들은 임신을 해야 하잖아.”
고려대 학생들이 펴내는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회가 공개한 ‘(고려대) 강의실 속 흔한 여성 혐오적 발언’ 관련 교내 대자보 중 일부 내용이다. 석순은 고려대 강의실에서 나온 여성 비하, 성희롱 성 발언을 2일부터 일주일간 온라인으로 제보 받아 7일 밤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어떤 교수는 “우리 여편네가 20대엔 참 예뻤는데 40대 되어서 애 낳고 ‘개판’ 됐을 땐”이라는 말도 했다. “어차피 모든 흥했던 것들은 망한다고 (연예인) 수지도 어차피 늙는다니까.” 역사의 흥망을 강의하던 한 교수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 또 “내가 선을 보러 갔는데 여자가 검사였나 그랬는데 말을 진짜 많이 했어. 조금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한테 사랑 받지”, “여자는 본능적으로 남성의 재력에 이끌리게 세팅되어 있어”라는 발언도 나왔다고 공개했다.
고려대 ‘교원윤리규정’은 교원이 학생에 대해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희롱과 이를 묵인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고려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갑의 위치에서, 있는 규정을 버젓이 무시한 채 사회적 편견을 강화시키고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본인의 자녀들 앞에서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등 비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소민 석순 편집위원은 8일 “편집위원 다수가 강의실에서 여성혐오적 발언을 들은 적이 있어 다른 학생들과도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며 “학내외 반응이 뜨거워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대자보가 어젯밤 늦게 붙어 오늘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지금 당장 학교 차원에서 진실 규명 등에 나서기보다는 추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맹하경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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