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24ㆍ성남FC).” “황의조.” “황의조.”
그의 이름이 세 번이나 울렸다.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미디어데이 풍경이다. 사회자가 12명의 클래식 감독에게 “다른 팀에서 지금 당장 선수 한 명을 데려올 수 있다면 누구를 꼽겠는가”라고 묻자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46), 수원FC 조덕제(51), 포항 스틸러스 최진철(45) 감독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황의조를 지목했다. 단순히 립서비스처럼 보이지 않았다. 조덕제 감독은 “피지컬이 좋으면서도 어린 선수답지 않게 드리블과 슈팅 등 모든 것을 갖췄다”고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하며 구애를 폈다.
물론 성남이 황의조를 이적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가 올 시즌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3년 입단해 2골 1도움, 2014년 4골에 그쳤던 황의조는 작년 시즌 만개했다. 34경기에 출전해 15골 3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의 감독의 부름을 받아 작년 9월 라오스와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 해 10월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보여준 기량에 비해 ‘상복’은 없었다.
그는 영플레이어상(3년 차 이내, 만 23세 이하)을 놓고 권창훈(22ㆍ수원 삼성), 이재성(24ㆍ전북 현대)과 경쟁을 벌여 아쉽게 수상에 실패했다. 영플레이어상은 이재성에게 돌아갔다. 포지션별로 11명의 최고 선수를 꼽는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서도 이동국(37ㆍ전북 현대)과 아드리아노(29ㆍFC서울)에게 밀렸다. 황의조의 활약상만 놓고 보면 상을 받아도 충분하지만 경쟁자들이 너무 강했다. 운이 나빴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득점왕 부문에서도 김신욱(28ㆍ전북 현대ㆍ18골)에 뒤져 2위에 그쳤다.
프로데뷔 뒤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도 무관에 울었던 황의조는 올 시즌 더 나은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작년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기록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황진성과 피투, 티아고 등 황의조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성남에 많이 영입됐다. 황의조가 2년차 징크스에만 시달리지 않으면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확히 말하면 황의조는 프로 4년 차라 ‘소포모어 징크스’로 불리는 2년차 징크스와는 관계가 없다. 하지만 작년보다 잘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이런 징크스를 잠재운 선수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작년에 황의조를 따돌리고 영플레이어상을 딴 이재성도 프로 2년차였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안정환(40) 축구 해설위원이 롤모델이다. 안 위원은 부산 대우 시절이던 1998년 13골 4도움으로 신인답지 않은 폭발력을 보이고도 당시 포항 소속이던 이동국과 박빙의 신인왕 경쟁 끝에 고배를 들었다. 하지만 이듬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선수를 거머쥐었다. 2년차 징크스를 무색하게 만든 것은 물론 신인왕 탈락의 아픔까지 깨끗하게 털어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