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8일 막을 올린다. 자가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인공지능과의 승부와 관련, 이세돌 9단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
구글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그 동안 방한 일정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깜짝 등장, 대국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시작됐다. 슈미트 회장은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며 “승패를 떠나 전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원리와 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인공지능은 향후 단순 게임이 아닌 의료보건, 로봇 등 인류를 위한 더 큰 일에 쓰일 것”이라며 이번 대국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전망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이전처럼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5대0의 완승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9단은 “지난번까지는 알파고의 알고리즘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오늘 설명을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됐다”며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전에 말했던 것만큼 크게 차이가 나는 승부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계와의 대결이란 점은 심리적 부담이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는 인간과 달리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상대방의 기운이나 기세를 읽는 것도 바둑의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대결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없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알파고는 나와 대국할 실력이 안되며 한번이라도 지게 되면 나의 패배다”고 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9단 역시 승패 여부를 떠나 이번 대국에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9단은 “역사적인 승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으로서 재미있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을 두는 것”이라며 “아직 인간이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엔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기자 200여명이 몰려 전 세계적 관심을 보여줬다.
한편 바둑 프로 6단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이번 승부는 창(이세돌)과 방패(알파고)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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