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부당노동행위 안돼” 투표허용에
정부, 노조위원장 등 4명 고발 맞불
허 찔린 행자부 “당황스럽다” 불쾌
지역 현안 사업 타격 받을까 우려
광주시가 광주시공무원노동조합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가입을 위한 조합원 투표총회(9~11일)를 사실상 허용했다. 시가 노조의 투표를 막는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투표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며 투표를 주도한 광주시노조 간부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투표행위 사전 차단 방침을 지시한 정부와 이를 어긴 광주시, 노조간 ‘삼각대립’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시는 8일 광주시노조의 전공노 가입 투표와 관련해 “시가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시는 앞서 지난 7일 변호사와 교수 등 전문가 자문 및 자체 법률 검토 결과, 시가 투표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는 2014년 1월 광주시 옴부즈맨이 노조의 전공노 가입 추진을 방해한 광주시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결정한 것과 당시 강운태 시장이 근무시간 외 투표를 허용한 점 등도 감안했다. 시는 이에 따라 노조가 근무시간 외에 투표소를 시청이 아닌 장소에 설치해 투표할 경우엔 이를 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이라고 보고 이에 대해 어떤 제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투표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시가 전공노 가입 투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일단 노조의 편에 섰지만 그렇다고 노조가 전공노 가입이라는 목적을 이루도록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실ㆍ과장급 이상 간부 70여명을 긴급 소집해 조합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지시했다. 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정이 도약해야 할 시점에서 노조의 전공노 가입 투표라는 문제에 부딪혀 안타깝다”며 “직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시장은 “직원들에 대한 복무점검을 철저히 하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전공노 가입이 성사되면 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통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승인, 국비 확보 문제 등 지역 현안 사업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윤 시장이 노조의 전공노 가입을 무산시키기 위해 간부들을 동원해 또 다른 투표방해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광주시의 투표 허용으로 허를 찔린 정부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이날 전공노 가입 투표와 성과상여금 반납 투쟁을 주도한 강승환 광주시공무원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4명을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시에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시가 투표 원천 차단이라는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자 행자부가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행자부가 노조 관계자 고발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자 광주시도 당황해 하고 있다. 시의 투표 허용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자부가 이미 “투표 등 불법행위를 묵인ㆍ방조한 경우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상태여서 이에 따른 후속 조치도 배제할 수 없게 돼 시로선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그런데도 시는 투표 허용에 대해 정부를 설득할 만한 논리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시의 주무부서 고위 간부는 대정부 관계 설정 문제에 대해 “(나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가 정부 설득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입장이 확고해 제대로 먹혀 들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광주시노조의 전공노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시의 현안 사업 추진 계획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시가 노조 문제로 서먹해진 대정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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