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의 올림픽 첫 출전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6 리우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서 4차전에서 0-1로 졌다. 한국은 2무2패로 9일 베트남과 최종전에 상관 없이 탈락했다. 4승의 호주와 3승1무의 중국이 6팀 중 1,2위에 주어지는 올림픽 진출권을 땄다. 두 팀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1,2위가 가려진다.
한국은 이번에도 아시아의 좁은 문을 뚫지 못했다. 2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경쟁 팀인 일본(FIFA 랭킹 4위), 북한(6위), 호주(9위) 등이 워낙 쟁쟁하다. 남자축구로 비유하면 독일(4위), 브라질(6위), 잉글랜드(9위)와 다투는 격이다.
하지만 작년 6월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에 오른 정예 멤버들이 올림픽 예선에 대거 출전해 기대를 모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스포츠 심리전문가 윤영길 한체대 박사를 오사카에 파견하고 치료와 마사지 담당 트레이너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작년 8월 동아시안컵, 11월 호주와 평가전, 올 1월 중국 4개국 대회를 통해 실전 감각도 키웠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단 상대 전력 분석부터 실패했다. 한국은 북한과 일본을 ‘양강’으로 꼽고 두 팀과 1,2차전에서 패하지 않은 뒤 나머지 3경기에서 2승1무나 3승을 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뚜껑을 열어보니 호주가 최강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북한과 일본전에 ‘올인’해 승점 6을 챙겼어야 했다. 체력 훈련도 미흡했다. 이번 대회는 열흘에 5경기를 소화하는 빡빡한 일정이라 강한 체력이 필수였지만 한국은 매 경기 후반 중반 이후 몸이 무거워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협회 기술위원인 최인철(44) 인천 현대제철 감독은 “전반보다 후반에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약팀의 특성이다. 90분 중 실제 경기시간은 50~60분인데 이 시간 동안 일관적으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해 아쉽다”고 평했다.
오늘의 실패도 뼈아프지만 내일이 밝지 않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아시아 축구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부활이 눈길을 끈다. 1999년 미국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중국은 2000년 중반 일본과 북한에 아시아 맹주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재도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조만간 1부 8팀, 2부 8팀으로 구성된 여자축구 프로리그를 출범할 계획이다. 시진핑(63) 주석의 ‘축구굴기(축구로 일으켜 세운다)’ 정책이 여자축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남자축구처럼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우수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은 “일본은 이번에 부진했지만 저변이 워낙 탄탄해 금세 일어설 거다. 호주는 뛰어난 체력과 체격을 앞세워 꾸준히 강한 전력을 유지할 거고 중국까지 살아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 낀 한국이 어떤 미래를 설계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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